[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여름이 다가오면서 대형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수박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눈에 띄는 소비 트렌드는 소용량 수박 매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사진은 홈플러스가 온라인에서 15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하는 ‘홈플네 수박밭’ 이벤트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여름이 다가오면서 대형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수박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눈에 띄는 소비 트렌드는 소용량 수박 매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사진은 홈플러스가 온라인에서 15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하는 ‘홈플네 수박밭’ 이벤트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배송 편리하고 냉장보관 용이 
1인 가구 중심 매출 급성장

망고·애플수박 등 소용량 인기
‘4~6㎏’ 매출 비중, ‘7~9㎏’ 역전 
‘용량 세분화·간편’ 판촉 확대

수박 출하량은 전년비 90% 수준
도매가 ‘약보합세’, 날씨가 관건 

신선 경쟁력과 배송 편리성을 바탕으로 소용량 수박의 매출 성장세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배송과 냉장보관 등이 용이한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수기를 맞은 산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남부권에 이어 중부권까지 출하지가 확대된 상황인데, 수박 시세 흐름은 좋지 않은 편이다. 무더위·장마 등 날씨 변수에 따라 향후 시세 등락이 갈릴 전망이다. 
 

‘소용량’, ‘간편’ 소비 트렌드 확산

대형마트 등 소비지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5월 이른 무더위에 힘입어 수박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크기가 작은 수박, 소용량 수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홈플러스는 5월 11일부터 5월 31일까지 수박 매출이 온라인에서 크게 신장됐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수박인 ‘망고수박’과 ‘애플수박’의 매출이 전년 대비 283%, 184% 각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원할 때 배송받는 고객 맞춤형 ‘마트직송’에서도 중량이 적은 수박의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9㎏ 수박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는데, 올해는 4~6㎏ 수박의 매출 비중이 60%를 차지해 처지가 뒤바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수박 7㎏미만’ 카테고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먹기 편하게 껍질을 제거해 간편함을 겸비한 포장 수박의 수요도 지속되고 있다. 이마트24는 6~7㎏ 크기의 통수박과 함께 소용량 포장 수박 5종을 판매한다. 2.4㎏ 용량의 껍질 없는 반통수박, 껍질을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자른 포장수박을 180g·480g·700g 등 용량을 세분화해 간편함과 함께 소용량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껍질을 즉석에서 손질해주는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1~2인 가구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크기, 배송과 함께 냉장보관 등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소용량 수박의 매출 성장세가 올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지 출하 본격화, 시세 흐름은 부진

대표적인 수박 산지의 출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남 함양·의령 등 남부권에 이어 전북 고창, 충북 음성, 충남 부여 등으로 출하 지역이 확대되며 산지 공급 물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산지 출하 물량은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고령화 심화, 생산비 증가 등으로 재배면적 감소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서울청과 김규효 경매사는 “5월 말부터 충청권 출하가 시작되면서 도매시장 반입량이 늘고 있는데, 작년 동기 대비 90% 수준이다. 재배면적이 해마다 감소 추세에다 일부 저온 피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건식 충북농업기술원 수박딸기연구소 팀장은 “신규 진입하는 농가들이 없고, 고령 농가들이 많아 규모를 줄이고 있어 수박 재배면적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날씨가 급격히 뜨거워지는 등 변동이 심하다보니 수박 재배 여건이 쉽지 않아 토마토, 멜론, 오이 품목으로 전환하는 농가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박 시세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8~15일 가락시장에서 수박 도매가격(1㎏ 상품)은 2100원대에서 1900원대를 보여 지난해 대비 약보합세를 띠고 있다.

향후 시세 흐름의 관건은 날씨다. 김규효 경매사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가격 반등할 여지가 있다. 이와 반대로 장마가 길어지는 등 여름철 날씨에 따라 수박 시세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용량 구매 패턴 변화에 대해 산지의 고민도 깊다.

윤건식 팀장은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생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크기가 작아지는 등 예전만큼 수박을 크게 키워내기 힘든 여건에서 소용량 소비 추세는 산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형유통업체 등 고정적인 출하처를 확보한 농가들의 경우에만 지속적인 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이어 “특히 최근 들어 대형유통업체들 간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품종 등 산지의 생산 차별화를 꾀하려는 유통업체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는데, 지속적인 판로와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산지의 변화와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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