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생산자원·물순환·방재 등
‘농사’ 이외에도 기능 많아
통합 물관리 기본 ‘물순환’
기여도 크다는 점도 강조

통합 물관리 시대에 농업용수가 화두다. 우리나라 수자원의 50% 이상이 농업용수인 만큼 농업용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통합 물관리 정책이 좌우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농사 짓는 용도로만 생각하고 있어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용수가 갖고 있는 공익적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최근 통합 물관리를 위한 농업용수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용수이용량은 197억㎥로 이중 농업용수가 50%가 넘는다. 나머지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농업용수를 다루는 비중이 낮다. 농업용수가 ‘농사를 짓는 물’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높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에 비해 국민들이 느끼는 중요성이 보다 낮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농업용수의 공익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광야 충남대 교수가 제시한 농업용수의 기능들은 생산자원(식량생산·식량안보), 물순환(지하수함양·하천유지), 방재(홍수조절·방화조절), 어메니티(경관보전·휴양관광), 환경보전(생물서식제공·대기온도조절), 에너지자원(소수력발전·수상태양광발전) 등이다. 이광야 교수는 “농업용수를 이용해 쌀을 생산했을 때 이 쌀의 가치를 농업용수의 가치로 판단해선 안된다”면서 “농업용수의 여러 기능과 이를 통한 공익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현 한국농어촌공사 통합물관리추진단장은 통합 물관리의 기본인 ‘물 순환’에 농업용수의 기여도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사만이 아닌 농업용수의 새로운 기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단장은 “농업용수는 이수적인 측면에서 보면 물을 많이 쓴다고 비판을 받을지 모르지만, 통합 물관리를 위한 물 순환 측면에서 보면 농업용수의 역할이 크다”면서 “농업용수가 농업용 수로를 통해 지류, 지천, 소하천 등으로 전국에 실핏줄처럼 물을 흘러가면서 물 순환을 촉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단장은 “이런 부분을 포함한 농업용수의 공익적 가치를 정량화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공사에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경숙 한국농공학회장도 지난해 말 열린 국회물포럼 제20차 토론회에서 “농업용수는 식량안보의 중요 요소이자, 지금까지 농어촌 지역을 유지 발전시켜 온 매우 소중한 자원”이라며 “농업용수는 단순한 식량 생산기능 뿐만 아니라 하천 수질오염 정화, 수생태계 보존 등 환경 용수 기능과 농어촌지역 생공용수, 산림화재 진화를 위한 소방용수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용수기능을 하며, 레저, 휴양, 관광, 지역주민 쉼터 등의 친수기능과 농어촌 어매니티로서의 경관기능 등 다양한 다원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견은 농업계에서도 동의하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가 우리나라 식량을 생산하는 핵심 수단임에도, 최근 비점오염원으로 오히려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농업용수의 공익적 가치를 외부로 표출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국민들은 수도꼭지를 열면 바로 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용수인지 생활용수인지의 그 용도의 개념이 거의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농업용수를 말할 때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체가 돼 있어 이를 달리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논이라는 공간에 물을 가둠으로써 가뭄을 방지하고, 홍수를 조절할 뿐 아니라 지하수를 통해 식수원도 해결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농업용수가 기후변화에 대응함은 물론 탄소중립의 실천활동의 중심에 설 수 있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