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지난 4월 일본 소도시인 마쓰야마를 여행했을 때였다. 온천 호텔에서 온천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옆 선반에 홍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를 잘 모르지만, ‘후루사토 납세’란 문구가 보였다. 후루사토란 일어로 고향을 의미한다. 설마, ‘고향납세’일까 싶었다. 고향납세는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모티브여서 관심이 갔다. 카메라로 번역이 가능한 스마트폰 앱을 켰다. ‘당신의 여행을 마쓰야마시가 응원합니다’, ‘그 자리에서 잡아라, 고향납세’, ‘사전등록없이 3분’, ‘마쓰야마시에 사는 분은 대상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QR 코드가 있었다. QR 코드를 찍으면 기부금액별 쿠폰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기부금액 1만엔엔 3000엔 쿠폰, 3만엔엔 9000엔 쿠폰을 주는 식이다. 이 쿠폰은 숙박시 정산할 수 있다. 숙박쿠폰이 현재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6개월이 지난 올 초와 비교해 생각보다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분명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하는 농촌을 되살리고, 답례품을 통한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촉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기대감을 갖고 올해 1월 1일부터 농업계는 물론 농어촌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금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산물을 활용한 답례품을 늘리는가 하면, 고향사랑기부금을 납부한 고객에게 0.5%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고향사랑기부제 참여가 속도를 내지 못할까? 생소하기 때문이 크다.

마쓰야마는 일본 시코쿠섬에 있는 인구 50만의 소도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인 도고온천이 있는 곳이어서 관광산업이 발달돼 있지만, 농어촌 지역인 만큼 이 역시도 우리나라처럼 재정이 많지 않다. 호텔에서의 ‘고향납세’ 알림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휴가차 들른 온천호텔, 엘리베이터 앞 선반에 놓인 고향납세 홍보물, QR을 통해서 나온 일본 마쓰야마의 숙박쿠폰. 불과 5분도 안 되는 동작들을 통해 아주 잠깐이지만,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경험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제도가 조금은 다르다. 그래도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출발이 2008년부터 시작한 일본 고향납세제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미래를 점쳐볼 수는 있겠다.

그냥 들러본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알게 된 그 나라의 고향납세제. 최근 광명역 KTX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함께 하세요’란 입간판이 참 반가웠다. 여기에 참여 방법까지 안내했으면 어땠을까? 우리도 우연히 어느 농어촌에 여행을 갔다가 뜻하지 않는 기회를 맞아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를 고민하는 날을 기대하며,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소멸로 사라져 가는 농어촌에 힘이 되길 응원해본다.

조영규 농업부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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