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봄철 개화기 저온피해로 착과율이 떨어져 사과, 배,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의 생육이 크게 부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착과 감소가 전년 대비 10% 이상 나타날 것으로 파악돼 생산량 감소,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걱정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6월호 과일관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봄 개화기 저온피해 및 서리피해로 주요 과일 생육이 지난해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가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년 대비 사과 착과수는 15.7%, 배 봉지수는 18.9%, 복숭아 착과수는 11.1%, 단감 꽃수는 1.0% 각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농경연 관측센터 관계자는 “저온피해가 지역과 지형에 따라 편차가 심해 전체적으로 기준을 잡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전년과 대비해 주요 과일의 착과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금 시점에서 착과수 감소가 얼마만큼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을 하기는 어렵지만, 큰 틀에서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올해 과일의 생산량 전망을 내달 농업관측을 통해 개략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며, 조만간 표본농가 대상으로 생산량 예측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과·배·복숭아 곳곳서 결실 불량·기형과 발생작년보다 생산량 줄 수도

품목별로 보면, 2023년산 사과 생육상황은 봄철 저온피해 발생으로 전년 및 평년 대비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실 불량 발생, 밀식 과원의 고사율 증가와 함께 일부 지역에서는 동녹 및 기형과 발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의 경우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배 생육은 봄철 저온피해를 입어 꽃눈의 흑변 및 고사 피해가 발생하고, 수정 불량으로 결실률이 저하돼 낙화 및 낙과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가 심한 농가는 수세 유지를 위해 기형과도 착과했으며, 향후 수확기 상품과 비율 감소가 예상된다.

권상준 우리한국배연구회 회장은 “냉해 등 저온피해로 농가별 착과율 차이가 심하다. 피해가 심한 경우 90% 이상 착과불량, 심지어 올해 농사를 접은 분도 있는 등 지역과 지형에 따라 편차가 크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25~30% 정도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착과 감소에 따른 수량 감소와 함께 착과가 됐더라도 기형과가 많아 정품 비율이 평년 수준의 60% 비율에도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상준 회장은 이어 “품질 문제가 나타나면 수출 현장에서 문제가 될 것이고, 올 추석이 9월 말이라서 당도는 높겠지만 제수용으로 쓰이는 신고 품종의 소비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착과가 안 좋으면 도장지(웃자람가지) 발생이 많이 되고 열매 또는 꽃눈 터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꽃눈 관리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생육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런 부분을 매우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작황이 양호했던 복숭아도 생육이 부진하다. 4월 상순 저온 발생으로 저지대 과원에서 수정 불량 등 빈 가지 발생이 증가하고, 생육기 기온 편차로 과실 비대 저하 등 생육 부진, 기형과 발생 및 낙과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모계의 저온피해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수화상병·태풍 등 변수도 남아‘흠 있어도 맛 좋은 과일’ 홍보 필요

과수 단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저온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과수화상병에 이어 여름철 태풍, 집중호우 등 기상변수까지 남아있어 어느 해보다 과일 농사를 짓기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면서 “착과 불량, 생육 부진 등의 우려가 큰 상황인데, 소비트렌드가 외형상 흠이 있어도 맛이 좋으면 구매하는 흐름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이런 점을 많이 홍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6월 출하 전망은 사과가 전년 대비 5% 감소해 도매가격(후지 10㎏ 상품·가락시장)은 5만3000~5만7000원으로 예상되며, 배는 전년 대비 15% 출하 증가에 따라 도매가격(신고 15㎏ 상품·가락시장)은 4만4000~4만8000원으로 전망된다. 6월 하우스온주 도매가격(3㎏·가락시장)은 2만2000~2만6000원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농경연은 6월 주요 과채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봤다. 감소폭은 파프리카 6%, 참외 7%, 수박 8%, 청양계풋고추 6%, 애호박 1%이다. 대추형 방울토마토, 오이맛고추, 오이 출하량은 각각 4%, 2%, 2~4%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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