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마늘 생산 농민들은 살얼음 위에 서 있다. 마늘 재고가 지난해보다 많고 2023년산 마늘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마늘 가격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얘기가 들리면 농민들은 불안하다. 지난달 말,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인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일당 18만원에 인부를 썼다는 얘기가 들렸다. 생산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마늘 값까지 형편없이 떨어지면 어떻게 농사를 지으란 말인가. 

지난 1일 한국마늘연합회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산지 마늘 가격과 거래 동향이 실제 수급 상황보다 심하게 왜곡돼 잘못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또 ‘재고 동향과 올해 작황에 대해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보도해 달라’고도 했다. 2023년산 마늘 수확기, 산지의 불안감과 예민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합회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라는 건 올해 생산량이 많다는 얘기가 산지에 흘러 다니며 터무니없는 가격 형성이 이뤄지는 탓이다. 연합회는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나타난 저온현상과 5월 말 잦은 비로 생산단수가 줄었고, 재고도 올해 마늘 값에 영향을 미칠 만큼 양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거란 얘기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 발표한 농업관측 자료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농업관측센터가 4월 28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2023년산 마늘 생산량을 32만6395~32만8226톤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생산량 전망치를 31만4001톤으로 낮췄다. 잦은 기온 변화와 집중 호우로 생육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자료는 5월 말 내린 집중호우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생산량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현상도 한 몫 한다. 지난해 생산량(29만톤)이 급격히 줄어든 탓에 올해 생산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농업관측센터의 올해 전망치(31만4001톤)는 평년 생산량 33만3508톤 보다 5.8% 감소한 수치다. 중국산 마늘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마늘 TRQ(저율관세할당) 운용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있다. 

그럼에도 산지에서는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해 헐값에 마늘을 넘기는 등 왜곡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법은 없을까. 현장 농민들은 정부가 마늘 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믿음을 줘야한다고 말한다. 적정한 마늘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시그널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살얼음이 언제 깨질지 몰라 상인들에게 마늘을 헐값에 넘기는 일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한 해 마늘 농사가 헛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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