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여시장서 ‘허위 거래’로 수년간 부당이득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부산 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사가 실제 거래하지 않은 농산물을 마치 거래한 것처럼 서류상으로 꾸며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수년간 편취한 사건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경매사의 피해 변제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중도매인이 부산시의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후속으로 반여농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가 경찰에 관계자들을 고발 조치하면서 수년 전에 벌어진 시장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변제 약속 미이행시의회 지적·언론 보도 이어 관계자들 ‘경찰 고발’도

문제의 사건은 2015년에서 2017년 6월까지 반여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인 A청과 과일영업부 소속 B경매사가 부당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불법 행위인 허위상장 거래를 통해 중도매인과 도매법인에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개요다. B경매사는 실제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정가·수의(전자거래 포함) 및 경매를 통해 허위로 거래신청서를 작성해 거래를 조작하고, 출하정산대금을 개인 또는 지인의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B경매사는 사과, 배, 수박 등의 경매를 담당했다.

A청과는 이런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2017년 7월 중도매인 중 1명과 정산 과정에서 사건 전모를 파악했고, 자체 조사를 진행 후 B경매사가 중도매인에 미지급한 금액분에 대한 변제를 약속함에 따라 사건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문제로 2017년 8월 퇴사한 B경매사는 변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중도매인의 민원으로 해당 사건이 부산시의회와 언론을 통해 다뤄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 금액은 A청과와 관리사업소의 수치가 좀 다르다. 관리사업소는 1억7000만원, 법인은 4억원 이상으로 본다. 사업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A청과와 중도매인 4명을 경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이동규 관리사업소 소장은 “사건 발생 당시 A청과 자체적으로 마무리된 사안이었는데, 상황이 정리되지 않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며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B경매사는 수년 전 퇴사 이유로 고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사업소 측의 설명이다. 출하자 피해와 관련해선, 금전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과회사 “피해 가장 커 억울”경매사-중도매인 공모 의혹도 나와

이번 사건에 A청과가 관여된 것이 아니냐는 인식에 대해 해당 법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속 경매사의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인정하지만, A청과 역시 허위 거래로 인해 지불된 판매장려금과 출하장려금을 비롯해 회사 신뢰성 하락 등의 피해를 입은 실질적인 피해자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전적 피해와 관련, A청과는 허위 거래로 인해 중도매인 판매장려금(680만원)과 출하주 출하장려금(200만원) 등을 매달 지급, 최소 1억224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A청과는 B경매사와 중도매인들이 해당 사건에 유착돼 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A청과 관계자는 “경매사와 중도매인, 출하주가 작정하고 계획적으로 허위 거래를 할 경우 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매사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는 거래 구조상 경매사와 중도매인 등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에서 법인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말 억울하다”며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법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청과는 B경매사가 퇴사 이후에도 중도매인에게 변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지난 2019년 9월 임원들이 총 2000만원을 모금해 피해 중도매인에게 일부 변제해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매사 일탈, 막을 방법 없나 온라인거래 사각지대 보완·관리감독 강화를

도매시장에서 출하주를 대신해 중도매인 등을 대상으로 가격교섭을 하는 경매사의 역할과 중요성은 도매시장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외부로 드러나면 도매시장 신뢰 하락 등의 심각한 후폭풍으로 이어지는 만큼 철저한 사전 예방 및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 하지만 개인의 도덕적 불감에 기인한 일탈 및 불법 행위를 사전에 인지하고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도매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서울의 한 농산물도매시장 C도매법인 관계자는 “허위 상장거래 같은 부분은 출하주와 중도매인, 경매사가 함께 공모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피해를 입었다는 중도매인도 실상은 공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부분을 법인이 사전에 인지했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법인이 정기적으로 출하주와 중도매인, 소매처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내용증명 등의 확인절차를 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일 것”이라고 봤다.

A청과 관계자는 “경매사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자체 교육 실시와 업무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면서 “우선 정가·수의(전자거래 포함) 물량에 대한 임원 결재를 통한 검수를 강화하고 반입된 농산물 전체에 대해 하역 담당자가 표준송품장에 직접 서명토록 해 허위 거래에 대한 검수 관리체계를 강화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처럼 물건이 없는데도 서류상으로 조작하는 허위 상장거래가 전자(온라인)거래 등 ‘상물분리’ 거래방식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A청과에 따르면 이번 피해는 대부분 전자거래 정가수의 품목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투명성 확보 방안이 요구된다.

한 도매시장 관계자는 “일반 정가거래는 ‘상물일치’, 즉 상품과 판매원표, 송품장이 같이 움직여야 되는 반면 온라인(전자) 거래는 ‘상물분리’를 가능케 해 자칫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상물일치 일변도의 거래에서 온라인(전자) 거래 등 다양화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 만큼 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규 사업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거래 정가수의에 대한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허위 상장거래 등을 저지른 경매사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까지도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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