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경북 상주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가 자신의 농장에서 과다 착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황 대표는 샤인머스켓 국내 재배 초창기부터 재배 매뉴얼 확립 및 보급, 농가 교육 등에 힘써왔다.  
경북 상주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가 자신의 농장에서 과다 착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황 대표는 샤인머스켓 국내 재배 초창기부터 재배 매뉴얼 확립 및 보급, 농가 교육 등에 힘써왔다.  

샤인머스켓의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추석 무렵부터 불거진 공급 과잉에 따른 품질 하락, 가격 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올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생산비를 밑도는 가격 흐름 속에서 착과량을 늘려 손실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생산 감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자는 업계의 노력과는 정반대 모습이어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배 증가세 둔화 전망이지만
전년비 면적 8% 증가 예상
공급 과잉 속 품질 떨어져
소비 위축 직격탄 위기 불구

▲공급 과잉 심화, 품질 격차 더 벌어진다=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은 올해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격 하락 영향으로 증가세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8%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도 전체 품종의 재배면적 중 샤인머스켓 비중은 2017년 4%에 불과했지만, 5년 만인 2022년 41.4%로 급격하게 확대됐다. 재배면적과 성목 출하량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이대로 가다간 올해 역시 생산 과잉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공급 과잉 심화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가 품질 하락이다. 품질과 당도(맛) 기준에 못 미치는 물량들이 시중에 풀려 고품질 과일이라는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나아가 소비자의 외면을 부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추석 무렵 논란이 된 ‘저품질 샤인머스켓’이 만연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산지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용하 한국포도회 회장은 “공급 과잉은 그 자체보다는 품질 하락 물량들이 많아져 시세를 끌어내리고 소비자의 외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분”이라면서 “이는 포도산업 전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포도회 회원 농가들을 중심으로 생산량 30% 감축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급 과잉에 따른 품질 격차가 커진 부분은 aT의 도매시장 가격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샤인머스켓 평균 가격(2㎏)은 상품 기준 2019~2021년 2만8000원대를 유지했는데, 2022년 2만4725원으로 하락했다. 하품 기준 평균가격도 2019~2021년 3년간 2만3500원대를 웃돌다가 지난해 2만258원으로 추락했다. 

황의창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는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당도가 11브릭스인 물량이 판매됐다. 농가도 추천하지 않는 품질 수준인데,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었다”면서 “생산 농가들의 문제와 더불어 대형마트가 품질보다는 물량 확보 경쟁에 치중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가장 맛없는 샤인머스켓을 소비자들이 먹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하품의 경우 ㎏당 가격이 3000원이 나오기도 했는데, 도매시장 관계자들 얘기로는 올해는 이런 일이 더 비일비재할 수 있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생산비 밑도는 시세 이어지자
포도송이 늘려 만회 움직임
“대대적 감축만이 살 길” 경종
정부 생산기반 안정대책 시급

▲산지에선 착과량 늘리려는 움직임 ‘우려’=올해 초부터 한국포도회를 중심으로 재배농가 교육을 통해 생산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과 반대로 산지에선 착과량을 더 늘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생산비를 밑도는 시세가 이어지면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포도송이를 정상 기준보다 2~3배나 더 많이 달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품질 하락뿐만 아니라 생산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유통 상인들의 포전거래 단가가 송이별로 책정되는 측면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의창 대표는 “생산비를 밑도는 시세가 계속되고 있다. 생산비를 반영하면 2㎏ 기준 1만6000원 정도 돼야 하는데 지난해 11~12월 시장 출하 평균가격은 1만~1만2000원 정도였다. 4000~6000원 정도 농가들이 손해를 입고, 자기 돈을 내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착과량을 늘리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인데, 생산자들의 대대적인 감축 노력 없이는 이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촉구했다. 

정부 차원의 역할론도 요구되고 있다. 생산 농가의 자율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생산 기반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과수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샤인머스켓으로 품목 쏠림이 심해지는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소득 작목이 몇 가지 없다는 것이다. FTA 등 개방화 시대에서 수입산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다보니 많은 품목들이 퇴출됐고 그나마 남아있는 품목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생산 기반 안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하 회장도 “지난해부터 샤인머스켓 과잉 사태에 대한 경각심과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농가들이 자율 감축하는 것 말고는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 지원에 예산을 쓸 일이 아니라 생산 기반을 안정시키는 정책과 예산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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