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전문가처럼 어려운 질문에 답 해주지만 
거짓과 진실 섞여 큰 위험에 빠질 수도
기밀유출 우려·기술 한계…활용 신중해야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나 구글의 바드와 같은 인공지능은 어떤 어려운 질문도 마치 전문가처럼 답을 해준다. 이런 인공지능 때문에 많은 직업들이 사라진다고 난리다. 교수인 필자도 당신 직업이 없어질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듣고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은 인공지능에게 과제를 대신 시키고 있고, 학위 논문도 인공지능에게 써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과제를 한 것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는 우리 농업정책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자 주변의 상당수 분들이 정책 대안을 찾고자 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인공지능에게 정책을 제안해보라고 하고 그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도 인공지능이 답한 내용을 가지고 국정감사나 대정부질의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능인 것으로 보이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회사의 기밀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필자는 한 인공지능 서비스에 한국의 최신 소비자 트렌드를 활용한 농가의 마케팅 전략을 칼럼으로 써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그 인공지능 서비스는 온라인 유통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전략, 친환경 농산물 소비 증가에 대한 대처 전략과 함께 소비자들의 저염, 저당 선호 트렌드에 대한 농가의 대처 전략을 제시했다.

온라인 유통과 친환경 농산물 관련 전략은 잘 제시를 했다. 다만 마지막 저염·저당 소비 트렌드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좀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아래 내용은 인공지능이 쓴 부분 중 저염·저당 관련 내용을 문어체로 수정만 해서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염 저당 식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농산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이 같은 소비동향을 반영해야 한다. 저염 저당 식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염분과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피한다. 따라서 농민들은 염분과 당분 함량이 낮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염분함량이 낮은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거나, 당분이 적은 곡물이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중간 생략)... 경상남도 진주시에서는 염분 함량이 낮은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농가의 생산비를 지원하고 저염 저당 과일과 채소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에서는 당분이 적은 곡물과 축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농가의 생산비를 지원하고, 당분이 적은 곡물과 축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농민들이 소비자의 저염 저당 선호를 늘리고 농가의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용을 보면 현재 챗GPT나 구글의 바드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자세하게 사례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뭔가 이상할 것이다. 항상 당도가 높은 과일 재배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저당 과일에 대한 마케팅 전략 같은 경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염 채소라는 것을 보면서 그런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가 아닌한 거의 모든 채소는 저염인데, 저염 채소라는 분류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남 진주시에서 염분 함량이 낮은 채소에 지원 사업을 한다든지, 경기도 안성시에서 당분이 적은 축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의 생산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완전한 허구다. 당분이 적은 축산물을 위한 가축이 따로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속을 위험이 있는 경우는 모두 거짓인 경우가 아니다. 90%가 진실이고 10%가 거짓일 때 속을 확률이 높아진다. 챗GPT나 구글 바드의 경우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속을 수 있고 또 그 속은 것 때문에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공지능이 학생들 과제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수립,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의에도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농가의 유통 전략이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인공지능의 활용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이 하는 정책처럼 말이다. 정부 용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정책 대안을 내지 않았음을 확인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농가도 조언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상대편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전문가인 척 하는 것인지, 진짜 전문가인지를 구별해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