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6개월 하고도 15일. 지난해 수확기 이후 하락과 약보합세를 거듭하던 산지 쌀값이 반등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15일 20kg 정곡 기준 산지 쌀값(비추정 평균가격)은 4만4555원이다. 전회 발표와 비교해 229원이 올랐다. 현장에선 “얼마만에 쌀값이 반등한지 모르겠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21년 수확기부터 이어진 산지 쌀값 하락은 작년 수확기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하락세였다.

올해 산지 쌀값은 ‘폭락’이라는 표현을 썼던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이상하리만치 낮은 가격에 형성됐다. 정부가 유례없을 정도의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했지만 산지 쌀값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래서인지 산지 쌀값의 반등 시기는 누구도 점치기 힘들었다. 실제 현장에선 ‘4월이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유는 저가미 방출로 지목됐다. 지난해 큰 적자를 봤던 농협과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쌀 판매에 나선 것이 쌀값 반등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에 정부는 시장교란을 하는 저가미 방출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가 하면 농협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다. 이는 올해 수확기까지 쌀 판매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4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원가 이하 판매를 지속할 경우 농협과 민간 RPC의 손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산지 쌀값이 반등에 성공했다. 현장에선 농협이나 민간 RPC에서 저가미 방출을 자제한다면 산지 쌀값이 반등할 여건은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유례없는 시장격리와 지난해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감소하는 등의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격리의 효과가 저가미 방출로 퇴색한 경험을 볼 때, 한 쪽에서의 노력만으로는 쌀값 상승세 유지는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한 올해 수확기 20만원 쌀값 유지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금의 쌀값 안정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 쌀값이 좋지 못해 농협이나 민간 RPC의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 유지에도 비상등이 켜지기 때문이다.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만 달성하면 정부의 정책이 성공했다고 봐야 하는가? 과정은 고려되지 않고 목표만 이룬 정책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는 현장의 얘기처럼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에도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김영민 농업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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