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심 이어 항소심도
도매시장법인 손 들어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강서시장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유일한 시장이다. 시장 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영업장이 각각 마련돼 있지만, 반입·반출 구역의 분리나 물류 동선의 분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강서시장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유일한 시장이다. 시장 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영업장이 각각 마련돼 있지만, 반입·반출 구역의 분리나 물류 동선의 분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함께 운영하는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에서 경매시장과 시장도매인 시장의 영업 구역이 명확하게 분리되도록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현행 시장 운영 방식의 개선을 요구한 도매시장법인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강서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강서청과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장소 분리 조치 시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1심 판결에 볼복한 피고인 서울시(피고보조참가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0년 12월 강서청과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과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시행규칙) 등을 근거로 서울시에 강서시장 내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영업장소를 구분할 수 있도록 분리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서울시가 두 시장의 영업장소는 이미 분리돼 있다며, 해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서울고법은 항소심(2심) 판결문에서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제 시장의 영업장 건물을 분리하는 (현행) 방식만으로는 반입·반출 구역의 분리 등을 통한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각 영업장소의 구분·분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해야 한다는 원고의 신청을 거부한 것은 그 자체로 재량권 불행사 내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구역 분리 충분치 않아 불법거래 사태 초래”

특히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영업 구역 분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서울고법은 “5개의 출입구를 통해 두 개 시장의 농산물이 도매시장으로 혼재돼 반입·반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는 점, “그 과정에서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사이에 지게차 등을 이용한 상당량의 불법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물류 동선이 분리돼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시장 사이의 물류동선 분리나 반입·반출구역의 분리는 서로 다른 유통주체 사이의 거래가 실질적으로 분리될 수 있게끔 객관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에서 언급된 ‘불법거래’는 지난해 문제가 된 시장도매인의 대규모 불법거래 사태를 말한다. 농안법에서는 시장도매인이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강서시장 60곳의 시장도매인 중 58곳이 이를 어긴 불법거래(2019~2020년, 2년간 약 638억원)를 저질러 온 것이 당국의 실태조사로 밝혀진 바 있다. 

서울고법은 “영업장소를 분리해 운영하도록 정한 것은 궁극적으로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제 시장의 양립과 활성화를 통한 농수산물의 적정한 가격 유지와 원활한 유통이라는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제 시장을 엄격히 분리함으로써 서로 다른 유통주체 사이의 거래를 금지하기 위한 데에 그 취지가 있다”면서, 두 시장의 영업장소를 분리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하다고 판단했다. 

도로 통행 차단을 통해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할 경우 생산자 및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거래의 효율성을 저해할 위험이 높다는 피고인(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도매시장 내 통행상의 편의 등이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제 시장의 양립과 활성화를 통한 농수산물의 적정한 가격의 유지와 원활한 유통 보장이라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 및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서울시공사 강서지사 관계자는 15일 “상고 여부를 현재 검토 중에 있다.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아마도 상고심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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