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5월 상순에 마치 장마라도 찾아온 듯 퍼부은 이례적인 봄철 폭우로 인해 경남 진주시의 멜론 농가가 치명적인 침수피해를 입어 실농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9일 찾은 진주시 장재들판 강해옥(58) 씨의 멜론 비닐하우스는 양수기와 배수호스가 곳곳에 펼쳐진 채 3~4일 진행됐던 폭우와의 치열한 '사투' 흔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선 강 씨는 힘을 잃고 시들어가는 멜론 줄기와 멜론을 들고 깊은 한숨을 토했다. 지난 4일 밤부터 7일까지 마치 장마나 태풍이라도 찾아온 듯이 며칠째 내린 봄철 이상폭우로 3동의 멜론 비닐하우스 모두 10시간 이상 작물이 완전히 잠겨버리는 치명적 침수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폭우 속에서 밤낮으로 양수기를 돌리며 물과의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2km 정도 떨어진 집현면 장흥리 월평배수장이 고장나버렸나 의심됐지만, 정상 가동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장재들판의 협소한 배수로가 며칠간 퍼부은 폭우에 넘쳐 기능을 상실해 배수가 더뎠던 것이다.

2월 말 정식과 4월 10일 수정을 거쳐 5월 20일경 출하를 앞두고 한창 몸집을 키워가고 당도를 높여가던 멜론은 갑작스런 침수피해에 치명타를 입어 잎이 말라버리며 죽어가고 있다. 올해는 얼스 계열의 고품질 멜론 품종을 심었고, 작황도 매우 좋았기에 강 씨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농작물재해보험을 넣어두어 손해사정사가 방문했지만, 멜론은 재해보상금이 다소 낮게 책정돼 농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강 씨의 마음은 더욱 착잡해졌다.

이곳 장재들판은 비닐하우스가 많아졌지만 수 십 년 전 수도작 중심으로 설치됐던 배수로가 너무 협소해 부쩍 잦아진 폭우 때마다 한계를 드러내며 2년 전에도 큰 침수피해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수도작 용수로 역할도 제대로 못해 지하수를 뽑아 올려 차가운 물을 논에 채워 모내기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농민들의 용배수로 증대 요구가 빗발쳐 진주시의 배수개선사업 계획이 세워졌지만, 사업 추진이 더디어 침수 피해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강 씨는 "장마철을 방불케 하는 봄철 폭우도 이례적이지만, 협소한 배수로가 잦아진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침수피해가 반복되는데도 배수개선사업이 더디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강 씨는 "4월 과수 개화기 저온피해에 이어 5월 폭우피해까지 이상기상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해졌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농작물재해보험을 든든한 안전장치로 여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민들이 느끼기엔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적잖아 개선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강 부회장은 "아득한 옛날 수도작 중심으로만 설계됐던 용배수로가 너무 협소해 빈번해진 폭우 시 침수피해에 취약한 곳이 많다"면서 "비닐하우스가 많아진 지역은 예산타령을 중단하고 용배수로 개선사업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남=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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