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모 /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식생활·먹거리 인식 개선 효과 큰 데도
초등간식·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중단
‘적절한 먹거리’ 접근할 권리 보장돼야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지원 프로그램이 올해부터 중단되었습니다. ‘초등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이 그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높은 수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업부서(농림축산식품부)와 예산부서(기획재정부)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이 두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해온 정책입니다. 먹거리(식재료) 정책지원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효과로 이어지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로 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국가 연구기관의 평가에서도 정책의 다양하고 입체적인 사업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먹거리 지원정책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초등돌봄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아이들의 식생활 개선에 효과가 크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 아이들의 간식 중 주 1회를 건강한 과일로 대체 제공해 왔습니다. 정부가 밝힌 정책목적은 ‘아동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와 국내 과일소비 촉진’입니다. 정책을 모니터링한 결과는 매우 고무적입니다(2022년 기준). 아이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96.1%로 아주 높습니다. 식습관이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 응답도 93.4%입니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간식에서 과일은 35.1%로 가장 높습니다(과자류 22.9%, 분식류 21.0% 순). 농식품부가 강조한 정책목적에 매우 충실하게 실행되고 있습니다. 연간 사업비는 약 150억원인데, 국비와 지방비로 절반씩 분담합니다.

다음으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도 예비 엄마들의 먹거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효과가 높습니다. 2020년부터 임산부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꾸러미 방식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신생아의 건강을 위해 임산부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해서 ‘친환경 농산물 인식 제고와 친환경 농산물 소비기반 마련’을 정책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업 참여 임산부에게 종합 만족도를 물은 결과 84.5%가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2022년).

사업에 참여한 이후, 또다시 참여하겠다는 응답도 99.0%나 됩니다. 83.1%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겠다는 의사가 83.9%입니다. 건강한 먹거리(친환경 농산물)를 지원하자 사회적 인식과 기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년 사업비는 약 375억원입니다. 임산부가 20%를 자부담합니다. 국비와 지방비에서 40%씩 분담했습니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25년부터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과 통합해 본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식재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전국 15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 중입니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기준으로 볼 때, 본 사업으로 확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그나마 효과가 높은 ‘미래세대’ 먹거리 지원 프로그램만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첫째, 정책 지원대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상이 다른 사업을 농식품바우처 방식으로 통합한다면 지원 대상이 축소될 우려가 큽니다. 소득수준에 따른 지원이기 때문입니다. 중위소득 50% 이상 임산부와 초등학생 전체가 배제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책지원 목적과 효과를 ‘포괄적으로 하향’시킬 것이 확실합니다. 건강한 식습관 개선과 친환경 먹거리 생산·소비 기반을 높이는 노력도 약화시킬 것입니다.

둘째, 먹거리 지원과 돌봄을 위해 마련한 법률과도 상충됩니다. 취약계층 등 모든 국민에게 먹거리(식품)를 지원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 소관 법률(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이 개정되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먹거리 돌봄 지원사업의 근거가 된 보건복지부 소관의 법률에는 ‘지역 먹거리’를 지원할 근거가 없었습니다. 농업분야 법률을 통해 지역 먹거리를 식품지원 정책사업에 공급하는 체계를 개선해 나가고 있는 지역 먹거리 정책과도 배치됩니다.

셋째, 먹거리의 사회적 돌봄을 지원하여 ‘적절한 먹거리’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기준에 역행합니다. 유엔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권리위원회(CESER)’는 적절한 먹거리 권리를 위해 조달 수단에 대한 물리적·경제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계도시먹거리정책협약(MUFPP)’에서도 이를 권장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임산부와 초등학생에게 먹거리 돌봄을 지원하는 것만큼 이 기준에 부합되는 사업이 또 있을까요?

지난 2일 국회에서는 먹거리 관련 시민사회 300여명과 12명의 국회의원이 모여 ‘미래세대 먹거리 공공성’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임산부친환경농산물꾸러미와 초등돌봄과일간식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앞으로 전국 광역 시도별로 릴레이 세미나가 이어질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지역적으로 미래세대 먹거리 지원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와 이유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학교급식’을 두고 사회적·정치적 갈등과정을 겪었습니다. 결과는 ‘먹거리’ 앞에 아이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래세대 먹거리 지원’, 이제는 사회적 규범입니다. ‘미래세대 먹거리’ 지원,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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