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직거래장터’…15년 이어온 ‘바로마켓’ 찾아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바로마켓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09년부터 운영하는 공공 직거래장터다. 전국에 수많은 직거래장터가 존재하지만 바로마켓만큼 다양한 품목을 다루면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바로마켓을 찾아 농업인과 소비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직거래장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4월 26일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렛츠런파크에는 경마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상설 직거래장터인 ‘바로마켓’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 내린 봄비로 인해 기온이 쌀쌀해졌지만, 바로마켓이 열리는 해가림시설 내부에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소비자들은 저마다 쇼핑카트를 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각 부스에는 판매자의 이름과 사진, 판매 품목과 전화번호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어 신뢰감을 높여 주고 있었다. 
 

농업인은 제값 받고 시중가보다 낮게 팔아도 매출액은 ‘쑥’

경북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재배하는 홍가네농원 임청미, 홍성택 대표
경북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재배하는 홍가네농원 임청미, 홍성택 대표

15년째 바로마켓에 참여해 사과를 판매하는 농업경영인 홍성택(경북 청송군, 홍가네농원) 씨는 바로마켓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홍 씨는 바로마켓의 장점으로 농업인이 주도적으로 가격을 정해 제값을 받고 판매하고, 소비자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15년 전만하더라도 사과 전체 생산량 중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비율이 80%였다. 바로마켓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결과, 단골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이제는 바로마켓을 통한 직거래 비율이 80%로 역전됐다. 사과 가격도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오히려 총 매출액은 40% 이상 상승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성택 씨는 “바로마켓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농업인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소비자와 교감하며 잘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깨달았다”며 “바로마켓에 더 많은 농업인들이 참여해 노동의 정당한 대가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인정받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파와 고추, 쑥갓과 두릅 등의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하는 박찬민(전북 진안군) 씨도 바로마켓 참여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2017년부터 바로마켓에 참여한 박찬민 씨는 바로마켓의 장점으로 ‘구매력’을 꼽았다. 진안군이나 인접 도시인 전주에도 직거래장터가 있지만, 인근 농가들 대부분과 판매 품목이 겹치고, 지역의 인구감소로 구매력이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바로마켓의 경우 판매 품목이 그나마 덜 겹치고, 아이들에게 친환경농산물을 먹이고 싶은 수도권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찾기 때문에 구매력이 좋다는 것이다. 매출도 기존에 학교급식이나 도매에 납품할 때보다 30%가량 증가했다는 게 박찬민 씨의 설명이다. 

박 씨는 “귀농을 해 친환경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판로도 없고 소비자를 대하는 방법도 몰라 힘들었다”며 “바로마켓에 참여해 서비스 교육도 받고 주변 농가들로부터 판매 노하우도 배우며 자신감이 생겼고, 바로마켓 참가가 7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제철 농산물 저렴하게  신선도·품질·가격 등 높은 만족감

바로마켓에 농산물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도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 동작구에서 동네 지인들과 함께 바로마켓을 방문한 김정희 씨는 제철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근처 대형마트에 가도 구매할 수 있지만, 신선도의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믿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에게 시기가 중요하듯 음식의 재료도 제철이 중요하다”며 “갓 수확한 제철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동네 지인들과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시에 거주하는 정지연 씨는 구매할 게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바로마켓에 방문한다. 특히 봄철에는 판매대에 올려진 푸릇푸릇한 농산물을 보고 냄새를 맡으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에 드는 농산물은 구매까지 이어진다.

정지연 씨는 “운동 삼아 렛츠런파크에 들렸다가 바로마켓이 열리는 날이면 가급적이면 한 바퀴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농업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바로마켓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성공비결은 ‘편의·신뢰’ 렛츠런파크 무료 이용에 네트워크 등 교육도

바로마켓은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레츠런파크에서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열린다. 
바로마켓은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렛츠런파크에서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열린다. 

바로마켓이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던 비결은 ‘편의’와 ‘신뢰’다. 이헌규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바로마켓운영국장에 따르면 기존 직거래 장터나 전통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편의시설 부족이다. 바로마켓은 이 같은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해가림시설이 설치된 렛츠런파크 매표소 공간에 부스를 마련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고, 렛츠런파크 내에 풍부한 화장실뿐만 아니라 넓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적극 살렸다. 또 각 부스마다 카드단말기를 배치하고, 구매금액의 0.5%를 적립해주고 있어 지속성을 이어나갔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참여 농가를 대상으로 고객대응 교육과 네트워크 교육 등 세 차례 교육을 진행한다. 또 매년 종합 평가를 통해 입점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헌규 바로마켓운영국장은 직거래장터의 성공을 위해선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판매 품목이 많다고 해서 충성고객이 늘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품목이 적더라도 가격과 품질이 좋으면 충성고객이 될 수 있고, 또 판매자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서비스 질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이헌규 바로마켓운영국장은 “직거래장터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판매자들의 이권다툼이나 의욕 저하 등이 발생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면 안 되고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설정하고 움직이다보면 경제적 이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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