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송해창 기자]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옷·가전·여행패키지 등 여름상품이 쏟아진다. 곳곳에서 여름 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름을 외면하는 듯하다. 여름을 맞지 않고 싶다고도 느껴진다. 더워서가 아니다. 가뭄이 예정된 탓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매년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어 왔다. 매년 갱신되는 기록에 ‘역대’ 의미도 무색하다. 올해 또한 ‘역대 최악’의 가뭄이 높은 확률로 점쳐진다.

각종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전국 누적강수량은 216.4㎜로 집계됐다. 평년 261.0㎜의 82.7%에 불과하다.

저수율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밝힌 4월 중순 전국 다목적댐의 저수율은 평균 36.5%다. 평년 44.6%, 전년 46.7%와는 큰 차이다.

기상청의 올해 5~7월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기상청은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을 5월 90%, 6월·7월 80%로 예측했다. 동 기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은 5월·6월 70%, 7월 60%로 전망했다. 평년보다 뜨겁고 강수량은 적은 여름이 다가오는 셈이다.

충남에는 이미 가뭄이 찾아왔다. 기상청은 4월 중순 기준 충남 15개 모든 시·군을 가뭄 발생지역으로 분류했다. 보령시는 전국 유일 ‘심한가뭄’ 지역이기도 하다.

정부도 항변할 수는 있다. 실제 정부와 복수의 지자체는 선제적 가뭄대응에 돌입했다. 가뭄해결협의체 회의, 해수 담수화, 가뭄 대응 물절약 릴레이 캠페인 등 전개방식도 다양하다. 그러나 획기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은 듯하다. 기존 방식 되풀이가 주를 이룬다. 정부가 ‘항변’ 이전 ‘무능함’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현 상황이라면 가뭄은 예정돼 있다. 농민의 고통도 예정돼 있다. 정해지지 않은 것은 피해액과 보상액뿐이다. 이것 또한 ‘역대 최대치’ 갱신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하늘을 탓해서는 안 된다. 의지와 노력을 돌아봐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혹 최선을 다했어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무대책·무능력만 자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자성 아래 대책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가뭄은 더 이상 천재(天災)가 아니다. 시기를 예고한 인재(人災)일 뿐이다.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하늘을 탓하는 것’은 기댈 곳 없는 농민의 유일한 권리다.

송해창 기자 songh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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