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로봇착유기 도입으로 세필목장의 운영 방식은 많이 개선됐다. 이광희 대표(사진 오른쪽)는 여유를 찾으며 좀 더 계획적으로 목장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부모님(이종국·조문선 씨, 왼쪽)은 착유 노동에서 해방됐다.
로봇착유기 도입으로 세필목장의 운영 방식은 많이 개선됐다. 이광희 대표(사진 오른쪽)는 여유를 찾으며 좀 더 계획적으로 목장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부모님(이종국·조문선 씨, 왼쪽)은 착유 노동에서 해방됐다.

이천 2세 낙농인 이광희 대표
60두 규모 세필농장에 올해 도입

평균 유량 15% 이상 증가하고
일손 줄어 ‘일상의 여유’도 찾아

초기투자 비용 부담됐지만
인건비 절감 등 5년 안에 뽑을 듯


생물을 다루는 업의 특성상 일상이 늘 바삐 돌아가는 농촌 현장이지만 그곳에서도 유독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농가들이 있다. 낙농가들의 삶이 그렇다. 새벽녘이면 젖을 짜기 위해 목장 불을 켜야 하는 낙농업은 농업 내에서도 고된 노동력이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농가들의 팍팍한 삶도 낙농산업 규모를 줄이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낙농업에 뛰어드는 2세들은 농촌의 부족한 인력난에다, 치솟은 인건비로 부득이하게 연로하신 부모님의 손을 빌려야 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경기 이천의 2세 낙농인 이광희 세필목장 대표(42)는 올 초 ‘로봇착유기’를 과감히 도입, 이런 난관을 극복하며 낙농가의 꿈인 ‘생산성 증대’와 ‘여유 있는 일상’, ‘계획적인 사양 관리’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스마트 축산전문회사 선진 계열사인 애그리로보텍의 ‘렐리 로봇착유기’를 활용,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세필목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착유우 60두 규모의 세필목장은 1일 2톤의 유량을 생산한다. 15년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7년 전인 35세부터 부모님이 운영했던 목장을 이어받은 이광희 대표는 로봇착유기를 도입하기 전까진 아버지 이종국 씨와 어머니 조문선 씨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직장인에서 목장주로 진로를 변경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님 때문이었는데, 이 대표가 목장을 시작한 뒤 수년이 지나서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토로하셨던 데다, 어려운 직장생활을 계속하기보단 목장을 이어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듣고 낙농업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 곁에서 보아왔던 목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펼쳐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며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론 아침저녁으로 이뤄지는 착유를 비롯한 여러 목장 관리엔 한계가 있어 부모님이 착유 노동을 함께해왔고, 부모님은 늘 허리 통증도 달고 사셨다”고 전했다.

그런 그와 부모님 일상이 로봇착유기를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2세 축산농가 다수가 그렇듯 이 대표도 축산 ICT 장비를 이용한 스마트팜 등에 관심이 높았고, 이를 살펴보던 중 대표적인 낙농 분야 ICT 장비인 애그리로보텍의 ‘렐리 로봇착유기’를 접하게 됐다.

이 대표는 “렐리 로봇착유기가 목장에서의 일손을 줄어들게 해 연로하신 부모님을 쉬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나 자신도 여유롭게 농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비용 문제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외국인 등 노동자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5년 안에 투자비용 회수도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광희 대표 부모님은 로봇착유기 도입 이후 예전에는 엄두도 안 났던 여행 계획까지 세우게 됐다.
이광희 대표 부모님은 로봇착유기 도입 이후 예전에는 엄두도 안 났던 여행 계획까지 세우게 됐다.

당시 그의 확신을 가로막은 것도, 결과론적으론 그의 확신을 만족으로 승화시킨 것도 부모님이었다.

이 대표는 “비싼 ICT 장비를 들여놓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처음엔 반대 의사를 표하셨다. 하지만 실제 로봇착유기를 도입한 목장을 견학하고 난 뒤 아들의 결정을 믿고 승낙해주셨다”며 “지금은 로봇착유기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높으시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40년 세월 동안 매일 착유 노동에 얽매여 있던 부모님은 이제 목장에서 완전히 해방되며 제2의 노후 생활을 열어나가고 있다. 또 로봇착유기를 통해 1일 3회 착유로 평균 유량이 15% 이상 증대됐고, 센서를 통해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젖소 건강까지 자동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농장에 내려와 가장 큰 효도가 목장에 로봇착유기를 설치한 것이다. 어버이날이 있는 다음 달 부모님은 여행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이전 같았으면 착유 걱정에 생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전했다.

물론 이광희 대표 삶도 여유로워지며 목장 운영에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예전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착유 노동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로봇착유기가 24시간 자동으로 착유하기에 필수적인 목장 업무만 유연성 있게 조절해 일정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아직 로봇착유기 도입 단계임에도 그 전엔 한 달에 한 번 가던 본가를 이젠 일주일에 한 번은 가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로봇착유기 사용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면 캠핑카를 사 두 자녀와 함께 캠핑을 다니고 싶다”고 기대했다.

로봇착유기로 다른 삶을 사는 이광희 대표는 “낙농 2세들에게도 로봇착유기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건강을 선물해줌과 동시에 젊은 2세 목장주에겐 취미 활동이나 자녀와 보내는 시간 등을 늘려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렐리 로봇착유기가 착유를 하고 있다. 
렐리 로봇착유기가 착유를 하고 있다. 

한편 세필목장 사연을 들은 애그리로보텍 관계자는 “로봇착유기를 비롯해 앞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ICT 장비를 판매하고 지속적인 사후 서비스까지 제공, 일과 삶이 공존할 수 있는 축산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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