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전통주 산업이 젊은층의 인기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신문이나 티브이, 유튜브 등의 미디어에서 연일 다양한 전통주 제품과 양조장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불과 몇 년 전에는 예전부터 봐왔던 전통주만 조금씩 구비돼 있었지만, 이제는 처음 접하는 다양한 전통주 제품이 주종별로 구비돼 있어 어떤 술을 마셔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실제로 관세청의 통계를 살펴보면 전통주 산업이 최근 3년 사이에 양적으로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역특산주 제조면허 수는 2020년 1219개에서 2021년 1349개, 2022년엔 1514개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는 것은 탁주와 증류식 소주다. 탁주로 지역특산주 제조면허를 받은 수는 2020년 194개에서 2022년 287개로 약 48% 증가했고, 증류식 소주도 2020년 104개에서 147개로 41% 늘었다.

이처럼 전통주 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이면엔 그림자가 존재한다. 업계 내부에서는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범람하듯 출시된 전통주 중 일부 수준 미달의 제품이 소비자의 신뢰를 약화시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외형은 전통주처럼 보이지만 내용물은 시대의 유행만을 쫓거나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마케팅만 강조하는 술도 존재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전통주 제품은 균일성이 떨어져 마실 때마다 맛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통주 업계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통주 산업은 과거부터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반복하며 시장 규모를 조금씩 넓혀왔다. 2000년대 후반 대형업체 중심의 막걸리 수출붐이 꺼지며 산업이 위축되자 일부 양조인들은 고문헌을 찾고 지역과 가문의 술 빚는 방식을 복원하는 등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질적 성장에 대한 부단한 노력이 있었고, 결국 코로나 확산 시기에 혼술의 유행으로 빛을 본 것이다. 

전통주 산업이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다가 다시 침체기로 돌아설 것인지, 아니면 질적 성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인지는 업계의 선택에 달렸다. 국산 농산물 소비에 일조하는 전통주 산업이 부디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길 바란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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