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청년농업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육아와 돌봄, 교육이다. 이 세 가지는 농어촌을 떠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지배적이다. 농어촌의 열악한 의료, 교통, 거주, 문화 시설에 대해선 언론에서 많이 다뤘기 때문에 여건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양육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농어촌에서는 낮은 출산율보다 당장의 양육 환경부터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아이를 낳고 키울 만한 여건이 안 된다면 젊은 청년층의 유입은 고사하고 기존에 있는 젊은 세대를 붙잡기도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21 농어업인 복지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에 거주하는 40대 중 도시이주 이유 1순위가 ‘자녀 교육’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유치원과 초등학교 진학 시기에 맞춰 농어촌의 영유아와 어린이의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어촌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 여건은 점차 악화되고, 교육 지원과 수요가 차례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결국 농어촌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고 만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인구 동향에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그러자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한 달 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을 살펴보면, 농어촌의 양육 환경은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 대책의 대부분이 육아휴직 활성화나 영아기 단축근무 확대 등 도시의 직장인을 위한 정책 중심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은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고용보험 가입근로자에게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에 고용보험 대상이 아닌 농업인은 지급 대상이 아니다. 출산전후 휴가급여도 농어업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이 아닌 농업경영체 등록정보에 경영주 또는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경우에만 받을 수 있어서 이 또한 제한적이다. 여성이 출산 전후 180일 동안 영농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농가도우미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번 1차 회의에 이어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추가로 후속 대책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디 후속대책에서는 농촌에서 도시로 주거지를 옮기지 않고도 육아와 돌봄,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농어민을 위한 저출산 대책도 다뤄지길 바란다. 

주현주 전국사회부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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