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두 차례 실무협상 진행됐지만
참여국간 ‘비밀서약’ 이유
농업 핵심의제 대부분 함구
형식적 소통 그쳐 ‘불신 고조’

협상 진행과정 투명한 공개
LMO 수입완화 등 민감사항
이해당사자 의견 반영해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참여국간 ‘비밀서약’을 이유로 그간 진행된 협상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농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 온 농업통상 현안 등을 감안할 때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 완화, LMO(유전자변형생물체) 등 농업생명공학제품에 대한 수입승인절차 간소화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진행되는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농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대내 협상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속도 내는 IPEF 협상

IPEF는 지난해 5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만든 인도·태평양 지역내 다자간 경제안보협력체다.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관세 인하 등 시장 개방에 초점을 맞춘 기존 무역협정과 달리 팬데믹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 △공정경제 등 4개의 기둥(pillars)에 대한 새로운 통상규범 마련이 목적이다.

지난해 9월 장관급 회의에서 각료선언문이 채택된 이후 12월10~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1차 실무협상이 진행됐고, 12월20일 미국 상무부 주도로 화상회의를 가졌다. 올해 2월8일~11일에는 인도 상공부 주도로 뉴델리에서 특별회의가 열렸고, 3월13일~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차 실무협상이 이어졌다. 미국은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 실질적인 성과물을 도출하겠다는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농업부문 협정문 초안이 상정된건 무역 의제가 논의된 1차 협상 테이블. 이를 바탕으로 일부 진전된 논의가 있었지만, 협상 결과와 논의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텍스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형식적 소통, 불신만 키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농업통상전략포럼’ 실무위원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농업인단체와 IPEF 협상 동향 및 대응 방향 등 주요 통상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지만, 여기서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혁신과 식량안보 △위생·검역의 이행절차 개선 △규제 절차의 투명성 증진 △동등성 이슈 등이 포함된다는 원론적 언급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농업통상과 이동언 사무관은 “현재 공개된 안건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가 전부기 때문에 그 자료를 중심으로 협상 동향과 개요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비관세장벽 완화에 대한 농업계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농업 부문의 민감성을 고려해 최대한 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정책조정실장은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 미국 측이 계속 예민하게 나온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언제까지 비공개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대외협상만큼 대내 협상도 중요하다. 이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협상 진행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협상이 아무리 비공개라지만 미국 정부는 무역대표부의 농업기술정책위원회를 통해 품목 단체장들에게 수시로 협상의 흐름과 핵심 내용을 공유하고 협상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지금 같은 형식적인 소통으로는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시장 개방의 최대 피해자인 농업인들의 의견과 입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그게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서 원장은 특히 “USTR이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투명성 증진, 규제 절차의 개선, 동등성 보장 등 겉으로 보이는 합리적 용어 뒤에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 그 이면에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면서 “특히 LMO나 GMO 수입승인 절차 완화 같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갈등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일수록 대내협상은 필수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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