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당진 문현만 씨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충남 당진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문현만 씨가 지난해 논에서 직접 재배한 총체벼를 한우에게 급여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문현만 씨가 지난해 논에서 직접 재배한 총체벼를 한우에게 급여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첫 선을 보이는 논 하계조사료 전략작물직불제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사업이다. 논에 하계조사료를 심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해 쌀 수급을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양질의 조사료를 공급해 축산 농가들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월 20일까지 논 하계조사료 사업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선 논 하계조사료 사업이 과연 농가들에게 도움이 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에 충남 당진에서 조사료 재배와 한우 사육을 동시에 하고 있는 문현만 씨를 만났다.

 

볏짚 생산량 3배인 ‘총체벼’ 송아지 급여배합사료 공급량 줄어

문현만 씨는 지난해부터 총 3000평의 논에서 총체벼와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이 볏짚의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볏짚은 150~160평 규모에 있는 것을 수거하면 (조사료를) 한 롤 정도 생산한다. 그런데 총체벼는 50평 면적에서 한 롤을 얻을 수 있다. 볏짚과 동일면적에서 수거하면 3배 정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현만 씨는 수확한 총체벼를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송아지(6~10개월령)에게 급여하고 있다. 그런데 총체벼를 급여하면서 배합사료 공급량이 줄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문현만 씨는 “총체벼 공급 후 64마리 송아지를 입식했다. 예전엔 하루에 마리당 6㎏ 정도 배합사료를 줬는데 지금은 한 바가지(2㎏)만 준다. 그런데도 송아지 성장에 문제가 없다. 총체벼가 송아지 소화 등에 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총체벼엔 알곡도 있기 때문에 배합사료 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예전에는 송아지에게 티모시만 급여했는데 비용 부담이 컸다. 그런데 총체벼를 먹인 후 티모시를 쓸 일이 없어졌다. 총체벼가 수입 건초를 100% 대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농협경제지주가 발간하는 한우 월간 리포트 2월호에 따르면 티모시 가격은 톤당 527.7달러에 달한다. 2021년 평균 가격(425.1달러) 보다 24.1% 치솟으면서 농가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총체벼 같은 논 하계조사료는 농가 사료비 절감에 효과적이다.

문현만 씨는 “총체벼는 못 자리 한 상자에 3000원 정도에 불과하고 2시간 정도면 심을 수 있다. 큰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고 수확할 때까지 크게 관리할 것이 없다. 일반 벼보다 재배하는 것이 쉽다”고 말했다.
 

호흡기 질병 줄어 폐사율 ‘0’축협 종자·농기계 지원도 도움

그는 총체벼 급여 후 송아지 호흡기 질병도 줄었다고 강조한다. 계절 상관없이 연중 발생하는 송아지 호흡기 질병은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면역력이 약한 송아지가 호흡기 질병에 걸리면 폐사로 이어질 수 있어 송아지의 호흡기 질병 관리는 농장 생산성에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문현만 씨는 “한 달에 평균 15마리 이상 송아지를 입식한다. 그런데 송아지는 호흡기 질병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골치 아픈 적이 많다. 송아지가 양질의 조사료를 먹어야 하는 이유”라며 “그동안 송아지에게 가격이 비싸도 티모시를 급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총체벼를 급여한 이후 송아지 폐사율이 제로다. (호흡기 질병에) 총체벼가 훨씬 좋다”고 평가했다.

당진축협의 지원도 논 하계조사료 재배에 도움이 되고 있다. 당진축협은 농가들의 조사료 작업 대행과 총체벼 등 종자 지원 등에 역할을 하고 있다. 당진축협의 김정대 과장은 “조사료 수확 등 작업을 위해선 트랙터, 수확기 같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농가 입장에선 부담스럽기 때문에 조합에서 구비한 기계를 통해 연간 15만~20만평 농지에서 작업을 대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벼 재배면적 감축해 쌀 수급 안정도농가들 적극 참여해야

총 3만평의 농지를 갖고 있는 문현만 씨는 올해 총체벼 등 조사료 재배면적을 더 늘리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만큼 총체벼가 한우 농가의 경영 안정 등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논에 하계조사료를 심으면서 농장에서 발생하는 퇴비 처리도 가능하고 비싼 수입 건초 대신 양질의 국내산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사료비 절감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논 하계조사료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더욱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농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현만 씨는 “논에 조사료가 아닌 다른 품목을 재배하면 수급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조사료를 심으면 가축에게 급여하면 되기 때문에 축산농가과 벼 재배농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축산 농가들은 논에 하계조사료를 심는 것이 이득”이라며 “정부도 축산 농가를 비롯해 많은 농가들이 하계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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