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그린카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최근 탄소중립을 주제로 열린 어느 토론회. 탄소중립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저탄소 인증 농산물 소비가 필요하고, 그 방안의 하나가 ‘그린카드’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듣곤 한 전문가는 이렇게 실토했다. 그러면서, ‘이런 그린카드라면, 더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가 반색한 그린카드는 이미 2011년에 출시한, 역사가 12년이 돼 가는 카드다. 특히 그린카드는 소비자가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5%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때문에 최근 탄소중립을 얘기할 때면 저탄소 인증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그린카드를 사용할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이 전문가조차 그린카드를 몰랐다는 건 저탄소 인증 농산물의 인식이 여전히 낮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탄소 인증은 친환경 또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농산물에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농산물임을 확인해주는 국가 인증이다. 저탄소 인증 마크를 달고 판매 중이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에 실시한 저탄소인증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 ‘저탄소인증제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의 21.1%에 불과했다. 여러 농식품 인증의 하나로만 치부할 뿐, 관심을 덜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탄소중립이 최근 화두다.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 기본계획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그간 ‘말’에만 그쳤던 탄소중립이 기본계획을 통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 행동의 하나가 저탄소 인증 농산물 소비일 수 있다.

농가가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소비가 담보되지 않는 생산을 강요하긴 어렵다. 저탄소 인증이 무엇인지, 또 이 인증이 어떤 의미이고,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알릴 때가 됐다. 더구나 저탄소 인증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보다 가격이 비싸다. 소비자가 이 값어치를 인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거창한 계획만으론 실현되지 못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자그마한 실천이 모여졌을 때 비로소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

이상기후가 심해지고 있다. 봄은 꽃 구경하기 참 좋은 계절인데, 올해는 3월에 꽃이 한꺼번에 피면서 꽃 구경할 시간이 줄었다. 앞으로 이 시간이 더 짧아질지 모른다. 우리의 꽃 구경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저탄소 인증 농산물에 익숙해져보자.

조영규 농업부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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