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주량

[한국농어민신문] 

딸기 연간생산액 1조…수출은 650억
우량 종자 개발·조직화로 확장 모색
조 단위로 도약할 새로운 작목 찾아야

딸기는 21세기 한국의 농업혁신을 대표하는 작물이다. 2005년 9.2%에 불과하던 국산 품종보급률은 2021년 96.3%까지 올라서며 일본품종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2021년 기준 딸기 생산액은 1조 4,757억 원으로 쌀을 제외하면 생산액이 가장 많다. 쌀 이외에는 연간생산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조(兆)단위 작목이 마늘과 양파, 딸기뿐이고, 시설투자가 집중됐던 토마토와 파프리카도 조단위 작목에 진입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딸기의 위상변화는 놀라운 수준이다. 딸기는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딸기의 수출량은 5,000톤, 금액으로는 650억 원에 달하여 2005년과 비교하면 15년 사이 약 12배나 증가했다. 

딸기가 이처럼 스타품목으로 자리매김 한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설향’을 시작으로 재배가 쉽고 수량성과 품질이 좋은 품종개발이 연속으로 이어진 것이 가장 확실한 동인이었다. 딸기는 타식성 (자연상태에서 벌, 나비 등 매개체에 의해 수정되는 작물) 영양번식 작목으로 농가의 자가 육묘가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딸기 재배가 토경 중심에서 고설 중심으로 옮겨가고 스마트 시설투자가 늘어나서 생산성은 높아지고 노동부하는 감소하면서 전국적으로 농가선택이 용이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딸기의 도약은 고무적이고 자랑스러운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딸기의 성공에서 눈을 돌려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우선은 딸기산업 규모를 2조원, 3조원으로 더욱 키워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딸기 다음으로 조단위 작목으로 성공할 수 있는 차기작을 준비하는 것이다. 

딸기를 2조원, 3조원 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종자딸기의 개발과 조직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딸기는 고수익 작목이기는 하나 런너(어미 딸기 포기의 관부에서 이어져 나오는 길쭉한 줄기로 이후 자묘로 번식함)를 활용한 영양번식으로 육묘를 하기 때문에 노동 요구량이 상당하다. 딸기농가 대부분은 품질과 안정성을 이유로 자가육묘를 해야 해서 딸기 수확기 이후에도 쉴 수가 없다. 봄철에는 육묘와 본 재배가 겹치기 때문에 딸기 농사를 13개월 농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처럼 런너를 활용한 자가육묘를 반복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후대의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자식약세 현상도 피해갈수 없다. 이미 딸기 재배현장에서는 여름철 탄저병, 바이러스 등 각종 병해의 피해가 빈번해 지고 있어서 농가 개인이 무병의 품질 좋은 딸기 묘종을 키워 내기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만약 딸기를 영양번식에서 종자번식으로 전환하면 한국 딸기는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어미묘를 키우는 시설과 시간,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고, 어미묘 이식을 위한 재배 시간, 농약처리, 병해 등이 줄어들어 비용절감 효과도 뚜렷하다. 이렇게 되면 딸기를 선택하는 농가는 더욱 많아질 것이고, 수출물량 확보도 용이해져서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과거 고추 농가가 대부분 집에서 자가 육묘를 하다가 지금은 지역의 채소 육묘장을 통해 무병의 고추 묘종을 공급 받는 것처럼 딸기도 고추의 전철을 밟게 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종자딸기를 개발했지만, 딸기강국 한국은 아직 종자딸기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종자딸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 돈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공립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종자딸기 개발과 무병묘 공급체계 마련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직화이다. 하나의 작목이 육성되어 도약하려면 첨단화, 규모화 ,조직화의 세 가지를 거쳐야 한다. 딸기는 20년 가까이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에 개별농가 차원에서 첨단화와 규모화는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농가 자발적으로 신기술과 첨단시설의 도입의지도 상당히 높았고, 지역에서는 30동에서 100동까지 규모를 착실히 늘려온 농가도 많다. 그렇지만, 딸기의 조직화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그동안 딸기 상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서는 조직화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작목의 조직화가 되지 않으면 가격협상력이나 물량확보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출작목으로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내 딸기산업 규모를 어느 한계선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선키스트나 뉴질랜드의 제스프리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핵심은 첨단화, 규모화와 더불어 체계적인 조직화에 기반한 가격과 품질관리에 있다. 한국의 파프리카가 수출 대표 작목으로 자리매김 한 이유도 작목 초기부터 조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딸기 역시 더 큰 미래를 원한다면 전국 규모의 조직화를 결성하고, 자조금 체계를 구축하여 구매일원화와 시설현대화, 자체연구개발 등의 후속작업을 향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딸기의 미래와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은 딸기에 이어 조(兆)단위 작목으로 도약할 제2의 딸기를 찾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거의 먹지 않았지만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참외가 될 수도 있고, 기후변화로 재배적지가 넓어지고 있는 키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지금은 주춤하지만 재배기반이 잘 갖춰진 만감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작목은 국산 품종 라인업이 확실하고 재배기술이 잘 정립되어 있다는 공통의 장점이 있어 후보군으로 손색이 없다. 

일단 조단위 작목이 생겨나면 5,000농가 이상의 안정적 수익이 가능해지고, 해당 작목을 중심으로 전후방 가치사슬이 확립되어 지역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이 생겨난다. 무엇보다 해당 작목의 농가들은 자부심이 높아지고 다음세대로 농업을 물려주려는 세대 간 연결고리가 튼튼해진다. 조단위 신생작목의 위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딸기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딸기의 뒤를 잇는 다음 작목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