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돼지질병분과위 25명 중
생산자측 참여위원 2명 불과

올해 회의는 5번 그친데다
온라인·서면으로 찬반만 확인
친정부 성향 다수 포진해
참여 위원 거수기 전락 ‘도마’

축산업계가 심의를 하지 않는 ‘중앙가축방역심의회’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 확산에 대응, 방역 대책 수립에 역할을 해야 할 가축방역심의회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중앙가축방역심의회는 △가축 방역 대책 수립 △수출 또는 수입하는 동물과 그 생산물의 검역 대책 수립 및 검역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 △가축전염병 관리 및 방역에 관한 사항 자문을 주 기능으로 한다.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공무원 16명과 민간위원 76명 등 모두 92명이 활동한다. 이 중 ASF가 확산되며 역할이 커져야 할 돼지질병 분과위는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돼지질병 분과위 활동이 위원들을 거수기 역할로 제한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올해 돼지질병 분과위는 5번 회의에 그쳤고, 그나마도 일시이동중지 명령이나 긴급 방역조치에 대한 찬반을 ‘서면’으로 묻는 게 전부였다. 중앙가축방역심의회 전체로 봐도 매년 4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65만원과 105만원의 예산을 집행한 실적이 다였고, 그마저 지난해엔 단 1원도 쓰이지 않았다. 올해 역시 예산은 4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축산업계에선 ‘카카오톡(온라인 메신저) 단체 방에서 찬반만 묻는 요식행위’, ‘정부의 일방적 정책 통보’, ‘정부 입맛에 맞는 거수기 역할’, ‘현장 의견이 전달될 수 없는 조직 구성’ 등 중앙가축방역심의회 부실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돈업계 한 관계자는 “25명의 돼지질병 분과위원 중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11명이며, 민간 위촉 위원도 정부가 임명한 친정부 성향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생산자 측은 2명에 그치고 질병 특성을 잘 아는 현장 수의사도 1~2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대학 교수는 “(본인을 포함해)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사실상 일방적 통보고, 형식적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며 “그러니 한두 달 차이로 발생한 같은 ASF건이라도 저번엔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이번엔 하지 않는 등 정부 정책이 갈지자로 흘러간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여 위원은 “ASF가 발생했으면 그에 대한 정보라도 주고 의견을 내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없다”며 “방역심의회 위원이 된 것도 카카오톡 단체 방에 초대돼 알게 됐다. 정부가 ASF에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등으로 대면회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지 심의회 취지는 충분히 살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가축방역심의회 담당 과인 농식품부 방역정책과 관계자는 “대면회의가 제대로 개최되지 못하고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건 코로나19 영향이 컸다”며 “이제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등이 해제됐으니 예전보단 대면 회의가 늘어날 수 있으며 그 방향이 맞는다고도 보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회의는 축종별 담당 과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질병 담당 과인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이동중지 등 긴급 사항은 서면으로 할 수밖에 없다. 법령 근거가 없는 행위를 할 경우엔 되도록 방역심의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 구성에 대해선 “생산자단체도 포함돼 있고, 수의사단체도 들어가 있다. 다만 업계를 대표할 계층이나 인물은 추가 검토할 수 있지만, 정부에 반하는 이들의 숫자가 적다는 건 인정할 수 없다”며 “(가축 방역 정책과 관련해선) ‘과학에 근거한 방역을 하겠다’는 일관적인 입장을 갖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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