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16~17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측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렇게 자화자찬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16일 저녁 만찬을 들고 있다. 128년 역사의 경양식집 렌가테이에서 평소 윤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오므라이스’를 안주 삼아 양 정상이 소주(한)와 맥주(일)를 섞어 러브샷을 했다는 게 극진함의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어쩌면 현재 일본에서 이는 평소보다 더 극진한 대우일지 모른다. 오므라이스의 주메뉴는 ‘계란’으로, 일본에선 대규모 살처분으로 계란 수급이 상당히 불안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79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1473만 마리의 산란계를 살처분했다. 국내 산란계 살처분 수는 일본의 19.4%에 불과한 286만 마리였다. 이에 일본 주요 햄버거 업체에선 계란 메뉴를 빼고 있고, 편의점업계도 샌드위치에서 계란을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등 ‘계란 대란’으로 표현될 정도로 심각한 계란 수급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날 윤 대통령에게 대접한 오므라이스는 평소보다 두께가 얇았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만찬 다음 날인 17일 만난 자유민주당(일본 여당) 아소 부총재(전 총리)의 ‘오므라이스 맛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예전에 먹었던 것과 비교하면 쌀 맛은 그대로인데 계란 두께가 조금 얇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면 국내에선 오므라이스의 계란을 상당히 두껍게 만들 수 있다. 30개 한판에 달걀 도매가격이 미국은 1만6000원 내외, 일본은 5600원대, 유럽은 6100원대와 달리 우리는 4600~4700원대(특란)의 안정적인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계란 수급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된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산란계 농가’다. 이번 겨울 어느 때보다 많은 야생 철새가 국내에 상륙하는 등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가 크다는 전망에 농가들은 방역시설을 강화하고 철새가 상륙하지 않게 자비로 양계장 주변의 경종농가 논밭을 대신 갈아줘 먹이를 없애는 등 방역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에게, 더욱이 사룟값과 유류비 등 각종 생산비가 치솟아 힘들어하는 계란 생산 농민에게 올겨울 내내 ‘한기’만을 줬다. 정부는 지난해 초 수입 계란을 폐기까지 했음에도 할당관세(무관세) 재추진에다, 스페인산 계란 121만개는 직접 들여왔다. 계란 소비 성수기인 설을 앞두곤 비축 물량을 저가에 집중적으로 풀어 산란계 농가의 설 대목 시장을 빼앗기도 했다. 

이제는 국민대표 먹거리이자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대한민국 계란 수급을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만든 산란계 농가를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물론 산란계 농가를 외면한 정부 계란 정책에 대한 문제도 되짚어 실책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때마침 예년보다 한 달 더 끌고 간 AI 특별방역대책기간도 종료되는 3월 말이 다가오고 있다. 

김경욱 축산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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