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정말 다 오르는데 쌀값하고 월급만 안 오른다는 얘기가 맞네요. 요즘과 같은 현상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떨어진 쌀값을 두고 자주 듣는 얘기다. 이러한 반응이 당연할 만도 하다. 시장에 벼가 없는데도 쌀값은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정부가 2021년산 구곡과 2022년산 신곡을 합해 모두 90만톤을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으로 매입하기로 했지만, 2022년산 시장격리곡 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 매입기간도 연장했지만 6만톤 이상을 매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시중에 벼가 없는데도 쌀값이 오르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20kg 정곡 기준 산지 쌀값은 2022년 수확기에 4만5800원대까지 반짝 상승한 이후 줄곧 내림세다. 4만5000원대가 무너진 후 3월 5일 기준 4만4838원을 기록했다.

현장에선 쌀값이 언제쯤 오를까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와 현장이 주목하는 시기는 4월이다. 그러나 4월이라는 시점도 어디까지나 예상일뿐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다. 쌀값이 오르지 않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가장 경계해야 할 ‘저가 출혈 경쟁’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확기에 높게는 6만5000원(조곡 40kg 기준)에 벼를 매입한 RPC(미곡종합처리장)는 지금의 쌀값으로는 적자다.

그런데 적자를 감안하면서도 낮은 가격에 쌀을 내고 있다. 이유는 지난해의 ‘학습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지역농협이나 농협 RPC의 적자는 2700억~3000억원까지 보고 있다. 여기에 민간 RPC까지 포함하면 적자 수준은 더 커진다. 그러니 재고를 갖고 있어봐야 적자만 늘어나니 적자를 덜 보는 시기에 저가에라도 쌀을 판매하자는 심리가 커졌다. 이를 농협이나 RPC의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 올해 수확기에 농민들의 쌀을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수매하려면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쌀이 주식에서 부식으로 바뀌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소비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체계적인 소비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적정 재배면적 추진과 쌀 소비를 늘리는 고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소비촉진을 위한 예산과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면 다른 품목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무자조금을 쌀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논의와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도 양곡관리법 통과에 소모적인 논쟁과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쌀값이 떨어지는 이유와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고민과 대안 마련에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김영민 농업부 기자 kimym@agri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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