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동시조합장선거 여성 당선인
4년 사이 8→13명 늘었지만
전체 조합장 중 1.2% 불과

20% 초반 수준 대의원 비율
40%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여성조합원 가입 확대가 첫발

지난 8일 실시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결과 농·축협 여성조합장 당선인은 13명으로 제2회 선거에서 8명에 불과했던 여성조합장 당선인이 4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조합장이 늘어난 것은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고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과 권익 제고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조합장 당선인 중 여성의 비율은 고작 1.2%. 농업·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의 비중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낮은 비율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성농업인에게 조합장과 같은 농협임원으로의 진출은 아직도 ‘견고한 유리천장’이라는 목소리다.

여성의 농협임원 진출이 ‘견고한 유리천장’인 이유에 대해 여성농업계는 농협조합원 가입부터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 1994년 복수조합원 제도가 실시됐지만, 현장 여성농업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제로는 여성농업인이 농업경영체를 분리하지 않고선 공동경영주 자격으로 조합에 가입하기가 어려워서다.

경북 상주의 여성농업인 A씨는 “여성농업인이 겸업하는 경우 공동경영주 자격을 잃기 때문에 조합원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고, 공동경영주인 여성이 조합 가입을 원해도 이사회에서 승인을 꺼리는 분위기다”면서 “얼마 전 공동경영주 자격으로 지역농협 조합원 가입을 하러 갔는데, 담당자로부터 ‘아마 이사회 승인이 어려울 거다. 복수조합원이 돼도 아무 이득이 없는데, 왜 굳이 조합원 가입을 하려고 하냐?’고 했다”고 전했다. 
 

대의원이나 이·감사 자격 기준 역시 경영주 자격을 중심으로 출자금·예치금·농업거래실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경영주인 여성농업인이 이 같은 조건을 갖춰 조합원에서 대의원으로, 대의원에서 이사로, 이사에서 조합장으로 진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15년 여성임원할당제도로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조합은 여성이사를 의무 선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이사 12.2%, 감사 1.6%, 조합장 0.6% 등 여성의 전체임원 비율은 9.6%로 10%가 채 안 되는 이유다.

여성조합원 비율은 33.9%로 여성임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이는 남성 조합원의 사망으로 인해 여성 가구원이 조합원 지위를 자동으로 승계한 사례가 많아 실질적으로 여성조합원이 지역농협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촌 지역사회에서 여성농업인 지위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는 지역농협의 경우 할당제도 때문에 여성농업인이 대의원이나 이사로 진출해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의견이 조합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되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일부 조합에서는 여성농업인 역량보다는 특정 조직 출신이 돌아가면서 임원을 하거나 이해관계에 얽혀 남성임원의 배우자가 맡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이에 여성농업계는 실질적으로 농협 내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경영주의 겸업을 허용하고 공동경영주의 자격을 인정해주는 등 조합원 가입부터 적극적으로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임원 선출시 성비를 고려하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해 대의원부터라도 여성 할당 비율을 높여 여성 대의원 비율이 40%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대의원이나 임원을 맡을 여성이 없다고 말하기 이전에 여성조합원 가입부터 열어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경영체법을 개정해 공동경영주의 겸업을 허용하고, 출자금이나 이용실적 등의 경영주 실적을 공동경영주도 함께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여성대의원이 많이 나와야 여성임원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대의원 비율을 40% 이상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할당제도 적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마을별 대의원 할당제가 아닌 전체 대의원 할당제로 실시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성평등하고 청렴한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하고, 조직 내 성폭력 발생 시 지역사회, 여성농업인이 함께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외부 견제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숙정 한국농촌사회학회 운영이사는 “지금도 농협조합장들의 성추행, 성희롱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가부장적이고 부패한 농협의 이미지가 연상되고 이는 농촌 전체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한다”면서 “조합장, 이사 등 임원들부터 성평등 교육을 의무로 수강하고, 성범죄 발생 시 해당 농협 내부에서 해결하기보단 민간전문가가 포함된 성희롱 고충 상담창구 운영 등 조직 내 성평등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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