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오리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겨울철 사육 제한과 각종 방역 규제 등 유독 오리에만 가혹한 잣대에다 산업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문제점이 더해져 나오는 현상이다. 사진은 사육제한으로 지역의 한 오리 농장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오리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겨울철 사육 제한과 각종 방역 규제 등 유독 오리에만 가혹한 잣대에다 산업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문제점이 더해져 나오는 현상이다. 사진은 사육 제한으로 지역의 한 오리 농장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오리산업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리에만 유독 가혹한 규제 잣대가 적용되는 데다 지난 6년간 계속되고 있는 겨울철 사육 제한에 더해 최근 특별방역대책기간까지 연장되는 등 ‘당근 없이 채찍만 가하는 정부 정책’으로 오리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고통 받고 있다. 결국 정부의 오리산업 외면이 농가의 오리 사육 외면,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오리 소비 외면으로 이어지며 오리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리업계는 정부가 하나의 산업, 더욱이 소비가 늘어나는 산업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지 되물으며 이제라도 오리산업 회복을 위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호소한다.

6년째 오리 ‘겨울철 사육 제한’
연중 새끼 입식 사전승인제
타 축종 적용 않는 규제로 ‘허덕’
수입량마저 전년비 37.2% 급등

생산자 어려움에 사육규모 줄고
가격 올라 소비자 외면 우려도
‘정부 인위적 개입’ 보상책 필요

 

생산량 급감·가격 급등·수입 급증

한국오리협회 등에 따르면 오리업계는 현재 심각한 수급난에 허덕이고 있다.

오리협회 집계 생산 추이와 축산물품질평가원 가격 정보를 비교해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사육규모(육용오리 1일 기준)와 도매가격(월평균, kg당)은 완벽한 교차(X자)를 보인다. 2022년 10월 육용오리 656만9000마리에 가격은 4280원, 11월 572만7000마리에 가격은 4641원, 12월 512만8000마리에 가격은 5531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져 1월 388만2000마리에 6825원, 2월엔 341만8000마리에 6935원을 보였다. 3월 들어서도 10일 7375원까지 치솟는 등 1~10일 7148원을 기록했다. 생산량은 급감하며 가격은 치솟고 있어 오리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농촌연구원 2023 농업전망에 따르면 2022년 오리고기 수입량은 2021년 대비 37.2% 급증한 7300톤에 달했다. 올해엔 국내 생산량 감소로 오리 수입량이 지난해 대비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함께 나왔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생산량이 부족한데다 국내 업체의 냉동 재고량이 부족해 수입량이 늘고 있다. 이에 올해 생산량이 감소해도 수입량 증가로 생산량 감소분만큼의 시세 상승은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급난 주원인은 휴지기제

겨울철 오리 사육마릿수 감소와 가격 급등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원인으론 정부가 오리 농가에 한해 6년간 겨울철 사육 제한을 가한, 일명 ‘휴지기제’ 시행이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둔 2017년~2018년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오리 농가 사육 제한을 처음 추진했고, 이후 매년 겨울철(11~2월) 4개월간 휴지기제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전국 오리 농가의 30%가량에 해당하는 200호 이상의 농가가 사육 제한으로 오리를 키우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사육 제한 농가 수는 250농가(오리 725만수)에 달했다. 정부가 집계한 사육 제한 농가는 177농가지만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사육 제한을 진행 중이어서 매년 사육 제한 농가 수는 정부 집계를 상회한다. 더욱이 올해엔 정부가 기존 2월 말에서 3월 말까지 한 달간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연장하면서도 오리 사육제한은 당초대로 2월까지로 했지만, 경기와 충북에선 3월 말까지 오리 사육 제한을 연장했다.

오리업계는 겨울철 휴지기제가 오리산업의 계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오리업계는 생산량 감소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사육 제한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매출이 급감했고 인건비 등 고정경비 추가 지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 오리협회가 사육 제한에 따른 6년간 오리 계열업체 피해액을 집계한 결과 4095억원에 달했다.
 

오리에만 유독 가혹한 잣대

오리업계는 휴지기제를 비롯해 오리에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방역 관련 규제를 보면 오리의 경우 타 축종과 달리 방역지역(예찰 지역 10km 반경) 내 모든 오리 농가는 이동 제한 해제 시까지 새끼오리의 신규 입식이 금지되고 종오리장은 종란 반출이 불가해 폐기해야 한다. 또 오리만 연중 새끼오리 입식 전 사전 승인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특별방역기간엔 계열업체, 지자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3단계 입식승인을 받아야 한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수시로 방역관 등이 농장에 드나들며 오리 농가는 농장 경영 어려움에다 교차 감염 등 방역에도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이번 겨울 시즌(2022년 10월~2023년 2월 말) 한국오리협회가 집계한 종란 및 새끼오리 폐기 현황을 보면 사육·이동 제한으로 850만개가 폐기돼 피해액만 80억8000여만원에 달했다.
 

지원책 나와야, 오리업계 호소

오리업계는 우선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휴지기제)과 관련 최소한의 사육 제한을 담은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보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리 계열업체 한 관계자는 “오리 가격이 높아도 워낙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인건비와 공장 가동비는 계속 추가 지출돼 지난 6년간 피해가 누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보상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업체 지원처럼 정부가 직접적으로 사육 제한을 추진했다면 이에 대한 보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사육 제한이 전국적으로 과도하게 시행되지 않도록, 특히 정부 이외 지자체에서 과도한 사육제한이 단행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론 소비자들이 영양식으로 생각하며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오리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오리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농업전망 2023에 따르면 가정과 외식에서의 오리고기 소비 이유로 ‘영양과 건강을 생각해서’라고 답한 비중이 각각 42.0%와 44.1%에 달했다. 또 2022년 오리고기 1인당 소비 가능량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2.3kg으로 추정됐고, 매년 소비력도 올라설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오리업계는 업계 간 수급조절행위 자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으로 판단했기에 농식품부 등 정부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오리업계 관계자는 “당근 없이 채찍만 가하는 게 오리산업이다. 어느 산업을 봐도 이렇게 채찍만 가하진 않고 그렇다고 AI 발생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라며 “조금만 사육을 늘리려 해도 방역 규제에 걸리고 생산량 급감과 가격 급등 등으로 업계가 모여 수급 조절 행위를 하려고 해도 담합으로 몰아간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그렇게 따지면서 오리에 대해선 무관심으로 일괄하고 있다”며 “생산자와 업계, 소비자 모두가 오리산업을 외면하기 전에 정부가 오리 농장에서의 고질적인 AI 발생을 줄이기 위해 현대화된 시설 지원을 해준다던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보상대책을 마련해준다던가 식의 정부에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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