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우리나라 접경지역의 총면적은 8907㎢로 남한 면적의 8%이다. 이중 강원도에 있는 접경지역 면적은 64%에 달한다. 접경지역 이야기에 강원도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강원도의 수많은 군부대에 있는 국군장병들은 국가를 지키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숭고한 일에 동참하면서 일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것이 접경지역 농업인들이다. 특히 군납농은 군부대에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면서 그간 국가를 지키는 일에 더욱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군 급식 부실 논란이 촉발되면서 국방부는 기존에 시행하던 수의계약 방식의 군납체계를 단계적으로 줄여 2025년에는 100% 경쟁입찰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군납농가의 지속적인 반발로 70% 수준으로 수의계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경쟁입찰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커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던 군납농가들은 최근까지도 집회를 이어왔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법 발의가 없었다면 군납농가의 실력 행사는 지금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부실한 군급식을 개선하겠다며 군납 경쟁입찰제도가 도입됐지만 군급식의 질이 향상됐다고 평가하기도 애매하다. 한 군부대는 경쟁입찰제도 도입 직후 수입산이 대거 들어와 식단에서 국내산 농산물을 찾아볼 수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또 대량으로 대기업 가공품을 이용한 인스턴트식품이 늘어난 것도 문제인데, 실제로 철원에서 복무 중인 한 부사관은 “현재 국방부는 대기업 가공식품을 조달해 고생하는 국군장병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먹이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국가를 지키고 있는 것은 비단 국방부만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량의 무기화가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농업인들도 국가 수호의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실시하고 있는 경쟁입찰제도는 식량안보를 생각하지 않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이며 단순한 대기업 배불리기이다. 그리고 국가 수호 일등 공신인 농업인을 무시하는 행보이다. 

강원특별자치도법 제정안에 군납농가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면서 군납농가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 기대에 앞서 국방부가 진정으로 국가 수호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군급식 부실 논란을 군납농가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대기업 배만 불려주는 국방부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진정으로 식량안보에 대해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명심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는 국방부만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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