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국내 청소년들의 자살사망자 수가 최근 3년간 20%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앞으로 5년간 자살률 30%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발표를 듣고 구체적인 대책이 궁금해 찾아본 나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정부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다짜고짜 번개탄 생산 금지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자살을 막을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자살에 사용되는 번개탄 생산을 막아 자살을 줄인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최근 농업계에서도 일어났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값 폭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확 1등 품종이자 전북 대표 쌀인 신동진에 대한 매입 제한과 종자 보급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수확 품종 생산을 제한해 전체적인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할 대책을 찾는 게 우선이지, 무작정 원인부터 없애려는 방침은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개발 보급된 이후 20년 넘게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사랑받아 온 신동진벼는 밥맛이 좋고 품질이 우수해 전북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의 쌀로 평가받고 있다. 신동진벼는 지난해 기준 전국 쌀 재배 면적 1위(13%)이며, 전북 벼 생산량의 53%를 차지하는 대표 품종이다. 또한 소비자가 뽑은 12대 브랜드 쌀에도 가장 많이 선정돼 전국적으로도 판매량이 늘고 수출도 확대됨에 따라 도내 농가들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이런 고품질 인기 쌀이 당장 내년부터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북 농관련 단체와 농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신동진벼 대신 다른 품종을 도입하면 농가소득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농민들도 쌀 과잉생산과 쌀값하락에 대비한 정부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단기간에 기후, 토양 등 환경 적응이 어려워 다른 품종을 당장 보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통해 대체품종에 대한 농가교육과 지역 시범재배 등이 선행돼야 함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질적으로 쌀을 재배할 농가에게는 대체품종을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전 국민의 주식인 쌀의 품종을 결정하는 일이다. 현장과 소통 없이 하루아침에 ‘부자연스러운 퇴출’을 결정해버리면 결국 최대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대체품종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는게 정부가 할 일이다. 계속된 생산비 상승과 쌀값 폭락 등으로 이미 충분하게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의 하소연을 정부는 또다시 외면치 않길 바란다.

구정민 전북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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