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자신 명의 토지 소유하거나
농산물 출하 드문 여성농
각종 농업정책에서 소외

농가 단위 지급하는 농민수당
경영체 분리해야 수령 가능
정책자금 대출 등 혜택 못 받아

“활동 인정하고, 자격 부여해야”

여성농업인이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여성농업인이 농업경영체 등록제상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분류돼 농민수당 등의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가 즉 농업경영체 단위에서 농업에 참여하는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상응하는 자격을 부여하도록 농업경영체 등록제의 종사상 지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농업인은 자신의 명의로 토지를 소유하거나 농산물을 출하하는 경우가 드물어 정책 대상이 되는 농업인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공동경영주 제도가 도입됐지만, 공동경영주 제도 역시 법적 효력이 없어 사실상 ‘경영주 외 농업인’과 같은 지위에 불과하다.

경북 예천에 사는 김미숙 여성농업인은 “공동경영주는 경영을 공동으로 한다는 의미인데도 경영주 상의 지위가 없어 사실상 ‘경영주 외의 농업인’이나 마찬가지다. 별다른 혜택 차이가 없다보니 농업경영체에 아예 등록되지 않는 가족구성원도 있다”면서 “여성이 농업 노동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농민수당, 조합원 자격, 정책자금 대출, 작목반 가입, 농업재해보험 가입 등의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농업경영체 등록제 역할 재정립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경영체 등록제 시행 이후 드러난 주요 개선과제 중 농업인의 정의가 농업경영주와 농업종사자 등 세부적인 구분과 각각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아 실제로는 영농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농업인이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농경연이 이번 연구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농업인 응답자 600명 중 혼자서 농사를 짓는다고 답한 비율은 13.3%(80명)에 그쳤고, 응답자는 대부분 가족과 함께(49.2%) 또는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서(26.7%)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이중 단독경영주로 등록한 비율은 79.8%에 육박했고, 가구 구성원 중 농업경영체에 등록되지 않은 비율은 44.0%에 달했다.

결국 농업 정책 대부분이 농가 또는 경영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현 정책 기조에서 여성농업인이 속한 ‘경영주 외 농업인’의 지위로는 농업 경영에 기여하더라도 이에 맞는 정책 대상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민수당이다. 남숙현 한여농강원도연합회 전 회장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농민수당을 받으려면 농업경영체에 등록해야 하고, 농가 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여성농업인조차 경영체를 분리하지 않는 이상 농민수당을 받을 수 없다”면서 “농민수당의 기본 취지가 농사를 짓는 농업인 모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농가 또는 경영체 단위로 지급하는 것은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경연은 농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 역할과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농업인의  지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농 의사결정, 영농 관리 등 농업 생산과 직접 관계되는 활동과 농업 관련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영주가 아니더라도 영농 활동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지위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농업경영체 등록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토지를 마련하거나, 자본을 마련하는 등 생산 요소를 제공하는 역할과 농작물을 키우거나 가축을 기르는 활동, 농산물 생산이 끝난 후 가공 또는 수확 후 관리를 하거나 이를 판매하는 형태 등이다.

유찬희 농경연 연구위원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농업 경영을 돕는 이를 농업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60% 이상의 농업인이 영농 관련 활동 일부 또는 전반에 걸쳐 참여하는 사람 역시 농업인으로 봐야 한다고 응답했다”면서 “농업경영체 단위에서 농업 활동에 참여하는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상응하는 자격을 부여해 장기적으로 농정 대상을 농업경영체 또는 농가 단위에서 개별 농업인 단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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