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쌀 생산조정은 ‘목적 아닌 결과’
단기적 목표 달성 매몰 말고
품목별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직불금 지급단가 현실화 필요
대상품목도 점차 늘려가야
유통·판로 등 후속대책 강구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전략작물직불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쌀 생산조정’이라는 목표에 매몰되어선 안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 나왔다. ‘쌀 생산조정제’ 성격으로 시작은 했지만, 전략작물과 관련된 산업 생태계의 조성과 진흥을 기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동향과 향후 과제’를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전략작물직불제는 정부 의지와 국회의 지원과 농업인의 기대가 담긴 제도인 만큼 관련 시장 성장에 힘써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략작물직불제는 전략작물(밀, 콩, 가루쌀, 조사료)을 재배하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에게 품목별로 ha당 50만~430만원의 직접지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존의 ‘논 활용(이모작) 직불제’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올해 1121억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720억 원)보다 401억 원이 늘었다. 보고서는 지난해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농정의 최대 이슈였던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반면 국내 밀·콩의 자급률은 각각 1.1%, 23.7%에 불과, 쌀 이외 주요 곡물의 자급률 제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폭넓은 공감을 얻으면서 제도 도입이 한층 힘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동계작물을 재배하면 작목에 상관없이 동일한 직불금을 지급, ‘동계’의 논 활용을 장려한 ‘논 활용 직불제’와 달리,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콩·가루쌀·조사료 등의 하계작물을 추가하고 농가의 선택에 따라 직불금 액수가 달라지도록 설계, ‘쌀 생산조정’의 성격이 강하게 담겼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정부 개입에 의한 생산 조정은 이론적·실증적으로 한계가 많은 만큼, 쌀 생산조정은 결과가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면서 “전략작물 중 단 몇 개 품목이라도 시장에 안착하고 자율적인 수급시스템이 일정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품목별 직불금 지급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예컨대 ha당 100만원인 논콩의 직불금 단가가 논벼와 콩 생산의 ‘소득’ 차이(약 11만원/10a)에는 준할지 몰라도 ‘순수익’ 차이(약 18만원)를 메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 ‘논 타작물 재배사업’ 시행시 두류 지원금이 ha당 255만원(2020년 기준)이었던 사실도 짚었다.

또한 대상품목 확대도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정부에 의한 품목 지정보다 시장 상황에 따른 농가의 선택 폭을 넓히고 다양한 작물의 재배 여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차원에서 고아미, 도담쌀 등의 특수미나 사료용 쌀, 타 사료작물 등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유통과 판로 대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밀이나 콩의 경우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동 작물을 밭에서 재배하는 농가에 미치거나 논벼와의 수익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등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집중 육성 중인 가루쌀과 관련 “기술 혁신과 시장에서의 성공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품질이 좋아 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제품 사례는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가루쌀 재배가 쌀 가공제품의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소비자의 니즈 분석과 가치사슬 각 단계별 세부 과제의 설정·해결이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정부 양곡의 저가 공급에 의존하는 현 쌀가공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가공맞춤형 원료·소재로서 원료곡 수급시스템을 구축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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