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농가 ‘신상필벌’ 촉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세계적인 AI 확산 추세 불구 
살처분 수 전년대비 55% 수준
우수한 K-방역 시스템의 결과

정부 비축계란 낮은 값에 풀려 
산지 가격도 12월 대비 20% 뚝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은 합격점, 계란 수급 정책은 낙제점.’ 어느 해보다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와 수입 계란 및 비축 물량 저가 방출 등 혼란 속에 시작된 올겨울의 끝자락에서 산란계 농가들은 이와 같은 평가를 내리며 정부 담당자들의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병원성 AI 확산 속에 올겨울 들며 국내에서도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2월 중순 현재 다른 나라와 달리 K-방역은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관련 업계는 분석한다.
전 세계적인 고병원성 AI 확산 속에 올겨울 들며 국내에서도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2월 중순 현재 다른 나라와 달리 K-방역은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관련 업계는 분석한다.

한국산란계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지난달 12일 고병원성 AI 확진 이후 한 달 넘게 AI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산란계의 경우 지난달 7일 이후 AI 발생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47개 주에서 6000만 마리 이상의 닭이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살처분돼 몇몇 주에선 계란 가격이 1개당 839원(7.99달러/12개)까지 치솟았고, 유럽은 고병원성 AI가 만연해 계란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나라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방역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도 산란계 10%가 살처분되는 등 고병원성 AI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올겨울 들며 예년 대비 많은 수의 야생 조류 국내 유입과 세계적인 AI 확산 추세에 비춰볼 때 국내 산란계 살처분 수는 전년 대비 55% 수준인 270여만 마리에 그치고 있어 AI 방역 관련해서도 ‘K-방역’이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산란계 농가의 생존을 건 방역관리에다 사전예찰과 즉각적인 대응체계가 구축된 정부의 우수한 K-방역 시스템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산란계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들과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선 계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AI 방역과 달리 계란 수입과 비축 물량 방출로 점철된 계란 수급
AI 방역과 달리 계란 수입과 비축 물량 방출로 점철된 계란 수급 정책은 산란계 농가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초 계란 수입에 반발한 농가들이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 계란을 비치하며 항의하고 있던 당시 모습이다. 

방역 정책과 달리, 계란 수급 정책은 산란계업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2월 13일 현재 산지 계란 가격은 4201원(축산물품질평가원 특란 30개 기준)이다. 정부 비축 물량이 시중가보다 개당 30~35원 낮게 출하되기 직전인 12월 말 5083원에서 20% 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계란 유통의 고질병인 후장기(사후할인 정산방식)가 30개당 750원 발생, 생산자는 특란 1개당 118원, 소란 1개당 51원의 납품가만 받고 있다. 산란계협회가 산출한 생산원가 172원보다 특란은 68%, 소란은 30% 수준에 불과, 사룟값도 안 나온다고 산란계 농가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 담당자의 안이한 상황 판단과 무책임한 대처로 계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지탄이 관련 업계로부터 제기된다. 고병원성 AI는 발생 상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있고, 계란 생산량이나 가격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를 통해 분석되는 등 사전에 많은 예측 정보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 담당자들이 계란 생산량과 재고량, 가격과 소비추세 등을 면밀히 살피며 탄력적으로 대응했다면 지금과 같은 계란 가격 폭락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산란계 농가들은 주장하며 정책 성패에 따른 ‘신상필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안두영 산란계협회장은 “성공한 AI 방역과 실패한 계란 수급 정책은 정책 담당자의 역량과 태도에 따라 그 정책의 성패와 생산자의 생존이 좌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정부는 잘못된 정책이 반복되지 않고, 잘된 정책은 더욱 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정책 결과에 따른 신상필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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