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기대를 안했지만 정말 알맹이 없는 대책이 나오니 실망스럽다.” 농림축산식품부가 9일 발표한 한우 수급 안정 대책에 대한 현장 반응이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전국한우협회, 한우자조금 그리고 농협 등 한우업계 관계자들과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 대책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브리핑을 앞두고 다른 기류가 포착됐다. 정부가 한우 수급 안정 대책 발표를 예고한 후 보도자료 배포시간이 당초 브리핑 전날(8일) 18시에서 21시로 늦춰지더니 실제 배포는 9일 10시에 이뤄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한우업계에 알려지면서 농식품부가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한 예산당국과의 막바지 협상으로 보도자료 배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우업계에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한우업계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정부가 추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은 채 농협과 한우자조금 예산으로만 대대적인 소비촉진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협과 한우자조금이 독박을 썼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우산업은 상당수 농가들의 존폐가 위태롭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중요했다. 한우 파동이 일었던 2010년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적잖은 한우농가들이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0년 당시 한우농가는 16만6200가구였지만 가격 파동 이후인 2015년 8만9400가구까지 감소했다.

특히 50마리 미만 사육농가 숫자는 2010년 대비 78.2% 줄어든 7만5700농가로 집계됐다. 한우 농가 총 감소 숫자(7만6800농가) 보다 소규모 농가 감소 숫자(7만8200곳)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우가격 파동이 소규모 농가에게 직격탄이란 점은 확실하다.

전국 9만여호에 달하는 한우농가들이 농촌사회와 경제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한우농가들이 주문했던 이유다.

물론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김정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시장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해서 도매가격을 어느 정도 일정 수준으로, 경영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 대책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한우농가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고 중소농 경영안정을 위한 대책도 아쉬운 수준이다.

현재 한우농가들은 경영악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정부는 한우산업이 안정될 수 있는 추가 재정 투입, 제도 보완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재정이 열악한 농가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이현우 축산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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