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식’ 한돈, 탄소중립을 말하다
<1> 괴산친환경한돈영농조합법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괴산친환경한돈영농조합법인은 괴산 관내 양돈장에서 나오는 분뇨를 발효액비로 만들어 경종농가에 보급한다. 발효액비를 받은 경종 농가들은 생산성 향상, 경제적 이득 등 여러 효과를 말하고 있다.  사진은 농지에 발효액비가 살포되고 있는 모습이다. 
괴산친환경한돈영농조합법인은 괴산 관내 양돈장에서 나오는 분뇨를 발효액비로 만들어 경종농가에 보급한다. 발효액비를 받은 경종 농가들은 생산성 향상, 경제적 이득 등 여러 효과를 말하고 있다.  사진은 농지에 발효액비가 살포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 1인당 연간 30kg 가까이 소비하며 소비량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국민 주식 돼지고기. 하루가 멀다 하고 식탁에 오르는 이 돼지고기의 안정적인 생산을 이끄는 한돈산업은 이제 식량안보의 주요 축으로 성장했다. 다만 축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히 미미(전체 산업 대비 1.3%)함에도 가축 분뇨, 악취 등의 오명 속에 탄소중립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누명도 받고 있다. 설령 이 주장이 맞다손 치더라도 국민 주식인 한돈산업을 포기할 수 없지만, 일방적인 오해는 국민대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진 한돈 농가의 설자리를 점점 빼앗고 있다. 이에 한국농어민신문은 한돈 농가들이 자연순환농업 등을 통해 이웃과 상생하며 탄소 배출 이상의 탄소 저감효과를 불러오는, 즉 탄소중립을 앞장서 실천하는 현장을 찾아 ‘탄소중립시대, 국민 주식 한돈산업’을 조명해본다. 그 첫 사례로 지난 6일 대한민국 대표 친환경 메카 충북 괴산에 위치한 괴산친환경한돈영농조합법인을 찾아 ‘축산 농가와 경종 농가의 상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간 3만2000톤 양돈분뇨 발효액비화

2012년 공동자원화시설 유치
연간 분뇨 3만2000톤 처리
마이크로버블 발효, 기간 단축
토착미생물 활용 ‘친환경’
작물별 맞춤 액비도 생산

홍용표 괴산친환경한돈 대표(왼쪽)와 관리 직원 김경민 주임이 발효액비를 들고 있는 모습.
홍용표 괴산친환경한돈 대표(왼쪽)와 관리 직원 김경민 주임이 발효액비를 들고 있는 모습.

가축분뇨 해양투기 근절 정책이 추진됐던 2009년 3월 설립된 괴산친환경한돈은 분뇨 해양투기 근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2년 11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을 유치, 현재 연간 3만2000톤의 양돈 분뇨를 발효액비화하고 있다. 

하루 99톤가량의 양돈 분뇨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에 들어오면 고액분리실과 고속발효조, 악취방지시설 등을 거쳐 발효액비화 돼 희망하는 경종 농가 농지에 살포되는 경로다. 괴산 관내 거의 모든 양돈 농가인 40개 양돈장에서 나오는 분뇨가 괴산친환경한돈 공동자원화시설에 들어온다. 지금은 발효액비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경종 농가가 있을 정도지만 설립 당시만 해도 축산업에 덧씌워진 좋지 못한 이미지로 인한 이웃 농가들의 반발에 부딪혀, 부지를 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했다. 

홍용표 괴산친환경한돈 대표(대한한돈협회 괴산지부장)는 “세 번에 걸쳐 부지를 정할 정도로 처음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시연회도 여러 차례 열고 우리 액비를 활용한 뒤의 농가 소득과 작목 작황 등을 기존과 비교해서 홍보하는 등 지역 주민을 계속해서 설득해 지금 자리인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에 둥지를 틀게 됐다”고 회상했다. 
 

양돈분뇨가 발효조에서 액비로 발효되는 과정.
양돈분뇨가 발효조에서 액비로 발효되는 과정.

괴산친환경한돈은 마이크로버블 발효 과정을 거쳐 미세, 속성 발효를 해주기에 발효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와 함께 발효액비를 소분할 수 있다. 여기에 토착미생물을 활용하며 화학약품도 전혀 쓰지 않는다. 한마디로 괴산친환경한돈에서 만들어지는 미생물발효액비는 친환경 액체 비료 그 자체다. 

홍용표 대표는 “마이크로버블 발효를 통해 산소를 미세하게 공급, 소분된 발효액비가 만들어지는데 같은 양이라도 덩어리가 굵으면 땅에 잘 스며들지 않는 반면 우리 발효액비는 소분돼 있기에 잘 스며든다”며 “여기에 보통 액비화 하는데 발효 과정이 35일 정도 걸린다면 우리는 25~30일이면 발효액비를 만들어 가축분뇨의 신속한 자원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 괴산친환경한돈은 작목별 맞춤 액비도 생산하고 있다. 괴산의 주요 작물인 옥수수, 고추, 배추 등만 봐도 각 작목별 요구하는 비분이 다르기에 그에 맞는 기능성 발효액비를 생산해 해당 작목별 경종 농가에 보급하겠다는 취지다. 

홍 대표는 “기능성 맞춤 액비를 만들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다만 지난해까지는 전용 차량이 없어 농가에 보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엔 전용차량도 확보, 본격적으로 맞춤 액비를 생산해 작목별 경종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괴산친환경한돈영농조합법인 전경.
괴산친환경한돈영농조합법인 전경.

괴산친환경한돈은 돼지를 넘어 소·닭 분뇨까지 자원화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탄소 축산물과 저탄소 농산물의 동시 생산을 도모하려 한다. 

홍 대표는 “우분엔 섬유질이 많고 돈분은 질소질, 계분은 경종 농가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색이 잘 나오는데 필요하다. 이 분뇨들이 잘 어울리면 훌륭한 액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3대 축종에서 나오는 분뇨를 공동 자원화 할 공장을 건립할 구상을 하고 있고, 농가 공급과 살포가 편하게 펠릿으로 2차 가공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저탄소 축산물과 농산물 동시 생산이 가능해진다”며 “그동안에도 축산의 탄소배출량이 많진 않았지만 많은 축종 농가가 참여하는 완벽한 자원순환농업을 통해 경종 농가와 상생하는 축산업을 도모, 먹거리뿐만 아니라 탄소중립면에서도 축산업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발효액비, 경종 농가에 호평
경종 농가 350곳서 사용땅 살아나고 생산량 늘어 ‘칭찬일색’

지난 6일 괴산친환경한돈에서 만들어진 발효액비가 트랙터를 이용, 희망 농가 농지에 살포되고 있다.
지난 6일 괴산친환경한돈에서 만들어진 발효액비가 트랙터를 이용, 희망 농가 농지에 살포되고 있다.

살포 원하는 농가 1700곳 중
일부 농가에만 배당 가능
치솟는 화학비료비 영향 적어
농가엔 상당한 이득 돌아와 

한돈-경종농가 화합의 장 열어
‘일석사조’ 사업 효과 공유도


현재 괴산친환경한돈의 발효액비를 활용하는 경종 농가는 350개 농가에 이른다. 이들 농가의 약 450ha에 달하는 농지에 발효액비가 살포된다. 실제 살포를 원하는 농가는 1700농가에 달하며 이들이 신청한 살포 면적도 1900ha 정도 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이는 경종 농가들이 발효액비를 통해 상당한 효과를 받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홍용표 대표는 “현재 발효액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1700농가가 우리 액비를 원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시설로는 350여 농가에만 배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쟁률이 말해주듯 발효액비를 받아 농사에 활용하는 경종 농가들은 괴산친환경한돈의 발효액비에 대해 ‘호평일색’이다.

괴산군 괴산읍의 경종 농가 김태용 씨는 “10년가량 발효액비를 쓰고 있고 현재 95% 정도 발효액비를 농사에 활용하며 화학비료는 3% 정도만 쓴다”며 “발효액비를 쓰고 난 뒤 벼 쓰러짐 현상도 덜하고, 도열병과 문고병(잎짚무늬마름병) 등 병충해에도 강한데다 생산량도 5~10% 늘었다. 이는 한마디로 땅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현재 3만평 정도의 농지에 5000평 정도 더 늘릴 계획까지 세웠다”고 전했다. 

경종 농가들은 특히 지난해 화학비료 가격이 치솟았음에도 그 피해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분뇨 수거·유통비는 양돈농가와 지자체 보조로, 살포지원금은 정부에서 지원해주기에 경종 농가엔 무료 살포가 이뤄지는 것이다. 

괴산군 사리면의 경종 농가 이관식 씨는 “무상 살포까지 해주니 농가엔 상당한 이득이다. 더욱이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비료 가격도 상당히 뛰었기에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며 “여기에 액비지만 질소질이 있어 퇴비 뿌린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 옥수수 같은 경우 질소질이 없다면 노랗게 크는데 시꺼멓게 커 올라 나중에 진녹색으로 된다. 이는 작목에 영양 보충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29일 괴산친환경한돈에서 진행된  ‘액비 생산자(한돈 농가)·소비자(경종 농가) 화합의 장’ 행사 모습.
지난해 8월 29일 괴산친환경한돈에서 진행된  ‘액비 생산자(한돈 농가)·소비자(경종 농가) 화합의 장’ 행사 모습.

괴산친환경한돈에선 직접 경종 농가와 만나는 화합의 장도 주기적으로 가진다. 최근엔 지난해 8월 29일 괴산친환경한돈에서 ‘액비 생산자(한돈 농가)·소비자(경종 농가) 화합의 장’을 열었다. 이 자리엔 300여명의 축산·경종 농가가 참석, 상생을 얘기했다. 

이날 경종 농가 우수사례를 발표한 반창현 씨는 “괴산의 3대 작목인 고추, 찰옥수수, 절임배추를 모두 생산하는데, 발효액비를 이용하고 나서 비룟값은 3분의 1로 줄고 농산물 당도와 품질은 높아졌다”고 알렸다.

더욱이 이날 행사는 가축분뇨가 들어와 발효과정을 거치는 괴산친환경한돈 작업장에서 열렸고, 점심 식사도 제공됐다. 냄새 없고 깨끗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축산·경종 농가들은 발효액비 사업을 ‘일석사조’의 효과를 거두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축산 농가엔 분뇨 해결, 경종 농가엔 생산성 향상을 안겨주는 데다, 땅 회복력을 높여주고 소비자엔 안전한 농축산물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홍용표 괴산친환경한돈 대표는 
홍용표 괴산친환경한돈 대표는 “탄소중립시대, 자원순환농업을 통해 경종농가 및 소비자들과 상생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와 관련해 홍용표 대표는 “발효액비는 경종 농가와 축산 농가는 물론 땅과 소비자까지 살리는 사업”이라며 “발효액비를 살포하면 땅은 토양환경과 지력이 증진되고, 소비자들은 농약 사용을 줄인 안전 농산물을 공급받는다. 여기에 경종 농가들은 비료비와 살포 걱정이 없는 데다 수확량이 늘고, 축산 농가들은 가축분뇨 처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축산업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곳곳에 만연해 있고, 제도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며, 경축순환농업을 장려하는 정책과 사업들이 탄소중립시대엔 꼭 필요하고 권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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