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설 이후 축산물 소비 심리가 가라앉은 가운데 정부의 할당관세로 대거 들어온 수입 축산물은 정육 매대에서 할인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1월 31일 오후, 캐나다산 삼겹살이 할인 판매되고 있는 한 정육매대 모습.
설 이후 축산물 소비 심리가 가라앉은 가운데 정부의 할당관세로 대거 들어온 수입 축산물은 정육 매대에서 할인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1월 31일 오후, 캐나다산 삼겹살이 할인 판매되고 있는 한 정육매대 모습.

지난해 수입식품 3% 증가
농축산물이 62%나 차지

농·임산물 1.6% 증가 반면
축산물 수입량 큰 폭 늘어
돼지고기 26%·닭고기 54%↑
정부 수입정책 고수 ‘도마’

지난해 정부의 유례없는 4대 축종(소·돼지·닭고기·분유)에 대한 할당관세 추진이 큰 폭의 축산물 수입 증가를 불러왔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올해에도 돼지·닭고기·계란 등 주요 축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이어가 국내 시장에 수입산 잠식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월 26일 발표한 ‘2022년 수입식품 통계’를 보면 지난해 수입식품 규모는 2021년 대비 3.0% 증가한 1950만여 톤이 들어왔다. 이 상승 폭 중심에 ’축산물‘이 있다. 수입식품 품목군 중 농축수산물이 61.8%를 차지한 가운데,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유독 축산물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농축수산물 중 농·임산물이 1.6%, 수산물이 7.7% 늘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반면 축산물은 2021년 161만여 톤 대비 14.5% 증가한 185만여 톤이 수입됐다. 2020년엔 151만여 톤이 수입되는 등 최근 축산물 수입은 증가세다.

수입 축산물 중에서도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입이 급증했다. 돼지고기는 2021년 47만1936톤에서 2022년엔 59만3993톤으로 25.9% 늘며 축산물 중 수입량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돼지고기 소비량이 151만여 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추정치)인 것을 감안하면 돼지고기 상당수가 수입산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닭고기도 12만7236톤에서 19만5896톤으로 54.0%나 수입이 급증했다. 닭고기 소비량(2022년 추정)도 75만여 톤으로 닭고기 시장에서의 수입산 비중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산 소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수입 소고기도 52만785톤에서 53만 2868톤으로 1년 새 2.3% 증가했다. 이외 자연치즈 10.8%, 혼합분유 1.5% 등 축산물 수입이 대부분 증가했다. 

증가한 축산물 모두 지난해 여름철 무관세를 골자로 한 정부의 할당관세에 들어간 품목이었다. 실제 식약처는 수입 축산물 관련 지난해 6월과 7월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대한 할당관세가 적용된 데다 수입산 다변화 영향까지 더해져 수입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축산물 할당관세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등이 짧게는 3월 말에서 길게는 상반기 내내 할당관세가 전개된다. 올 들어서도 1월 1~20일 현재 축산물 수입량은 6만9173톤으로 같은 기간 지난해(6만6816톤) 물량을 앞질렀다.

축산업계엔 올해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가 예고됐다. 사룟값, 유류비 등 치솟은 생산비는 꺾일 줄 모르고 있고, 최근 소비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성수기인 설 대목장도 가라앉았고, 설 연휴 이후 더 큰 소비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1월 30일 내놓은 주간 육류유통시황을 보면 국내산 소·돼지고기의 경우 설 명절 연휴 대비 준비물량이 모두 소진되지 못해 미판매 재고로 남았고, 겨울철 가정 소비 부진과 강추위로 인한 외식소비 급감 등으로 대형마트와 정육점, 외식식당에서의 구매 수요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소·돼지고기 가격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한우는 하락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속절없이 추락했다. 그동안 안정세였던 돼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월 초 5000원 중후반대(kg, 탕박)였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월 마지막 주 현재 4000원 중후반대까지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에서도 한우와 돼지 가격 모두 작년보다 낮은 올해 가격이 전망됐다. 이런 가운데 늘어난 수입산 물량은 국내산 축산물 시장을 더 위축되게 만들 것으로 농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지난여름 정부의 유례없는 4대 축종 할당관세에 맞서 총궐기까지 했던 우려가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치솟은 농가 생산비는 무시한 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할당관세를 이어가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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