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정이슈 릴레이 토론
②‘청년농이 바라본 쌀농업의 미래’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김영민 기자] 

강선아(40) 농업회사법인 우리원 대표. 17년차.

유기농 벼 재배의 선구자인 고 강대인 명인과 전통 발효식품의 대가 전양순 명인의 맏딸로 전남 보성 벌교에서 대를 이어 유기농 쌀농사를 짓고 있다. 친환경농업교육원을 운영하며 가공·판매는 물론 교육과 체험프로그램 등 농촌융복합산업을 실천 중이다.

 

박다니엘(41) 유기농생태마을 신안정 사무장. 7년차.

건강상의 이유로 고향인 전남 영암에 잠시 내려왔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유기농 쌀농사를 시작했다. 현재 한살림영암달마을공동체 벼작목반 반장과 친환경농업협회 영암군 청년대표로 활동 중이며, 유기농생태마을 ‘신안정’에서 실무를 보고 있다.

 

유지혜(40) 바람난농부 영농조합법인 대표. 13년차.

고향인 전북 김제에서 쌀농사를 지으며 이모작으로 밀, 보리를 재배한다. 직접 농사지은 우리밀과 우리쌀로 수제빵과 쿠키를 만들어 판매도 하고,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식생활체험 외부 강의활동에도 열심이다.


 

최동혁(38) 충남친환경청년농부 영농조합법인 대표. 12년차.

때려 죽여도 농사는 안 짓겠다고 했지만, 아버지 뒤를 이어 충남 부여에서 유기농 쌀농사와 하우스 농사를 하고 있다. ‘친환경 청년농부 육성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충남지역 청년농부들과 함께 다양한 협업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이 이슈였다. 다들 힘들었을텐데, 지난해를 돌아보면 어땠나?

강선아=‘역대급’이었던 것 같다. 저희가 2021년산 벼를 8만2000원에 수매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소비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유기농 쌀은 일반 쌀보다 더 수요가 없었다. 쌀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마이너스가 너무 커서 주춤하는 사이 판매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결국 수매한 벼 상당수를 일반 쌀로 ‘반값’에 넘겨야 했다. 유기농 쌀로 대접도 못 받으면서 버티고 버티다 넘긴건데, 그 다음 주에 정부 발표가 나더라. 20만톤 추가격리 한다고. 허탈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희 같은 소규모 RPC가 살아남을 방도가 무엇인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됐던 것 같다.

박다니엘=저는 2021년산의 경우 일찍 처분한 덕분에 다행히 리스크를 피했다. 40kg 기준 7만3000~7만4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5월, 6월까지 물량을 놔둔 주변 농가들은 4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2022년산 시세는 6만~6만2000원 정도. 경기가 좋으면 관행 벼에 1만원 정도 더 받지만, 올해는 5000원 정도 차이가 났다. 올해 단경기엔 가격이 좀 오를 것 같은데, 지난해 크게 당했던 터라 다들 그냥 넘기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같은 경우는 인건비도 엄청 오르고 ℓ당 700원대였던 면세유가격도 1377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 계속 이렇게 간다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최동혁=저도 2021년산은 일찍 소화한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RPC 대신 작목반원들 물량을 수매해 팔아보려던 계획은 일단 유보한 상태다. 직접 판매할 능력이 되지 않는 이상 가격이 마음에 안 들어도 농민들은 RPC에 벼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작목반원들 판로도 같이 모색해 보려던 와중이었는데 이렇게 돼 버렸다. 면세유에, 비료값에, 급등한 생산비를 생각하면 쌀값도 올라가야 맞는데 거꾸로 내려가니까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메워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유지혜=작년에 전북은 세균성 병충해로 생산량 감소 피해가 컸다. 대는 멀쩡한데 막상 수확을 하면 알곡이 없는 거다. 저희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농가별로 30~40% 이상 수확량이 급감했다.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인건비, 기계값, 면세유값이 다 올랐고, 임차농들끼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논 임대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농협이 위탁영농을 해주면서 80세가 넘어도 논농사가 가능하고 직불금도 나오니 고령농들도 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농사 여건은 갈수록 안 좋아지는데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산의 경우 생산량이 많아 수확기 가격이 좀 떨어졌어야 하는데 이례적으로 높았고, 때문에 낙폭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선아=솔직히 화가 난다. 치킨값도 마리당 2만원 시대인데, 공깃밥 2000원은 왜 안 되나. 치킨값이 2만원인건 유통마진도 높아졌고 물가도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왜 쌀값에는 이런 사항들이 반영되지 않나. 저희가 화가 나는 포인트는 정부 필요에 따라 어떨 땐 시장 논리를 적용하고, 어떨 땐 개입해서 결국 농민들한테 희생을 감수하도록 한다는 거다.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정부가 개입을 할 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주고, 아니라면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맞지 않나.

박다니엘=저희 같은 경우 2014년 판매했던 쌀값과 지금 쌀값이 똑같다.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30년 전 가격도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제 생각에 2021년산이 풍작이었는데도 가격이 오른 건 ‘정치’ 때문이다. 2022년 대선이 있으니까 정부가 무조건 해결해 줄 거라고 본 거다. 지역농협들은 높은 가격에 무조건 수매를 다 했고, 4월, 5월까지도 안 팔고 그냥 있었다. 실제 정리라도 빨리 했으면 손실을 덜 봤을텐데 다들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렇게 잠재된 물량이 많으니 정부가 시장격리를 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저는 상당부분 농협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유지혜=쌀값과 관련해 예전부터 바로잡고 싶은 게 있는데, 산지 쌀값과 나락값(볏값)은 다르다. 농민들이 받는 건 나락값이고, 산지 쌀값은 건조·도정을 거쳐 일반 쌀로 판매되는 가격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산지 쌀값이라고 얘기를 하니까 소비자들은 농민들이 그 가격에 쌀을 판매해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오해를 한다.

최동혁=40kg 조곡(벼) 세 포대가 쌀 한가마(80kg)라고 얘기를 해도 다들 이해를 못한다.

박다니엘=맞다. 농민 입장에서 중요한 쌀값은 사실 1년에 딱 하나다. 수확기 볏값. 그게 농가 소득이다.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떨어지고 오르는 건 농민들과는 별반 상관없는 얘기다. 정부나 유통상에게 필요한 데이터일 뿐이다.

유지혜=쌀값 기준이 하나인 것도 문제다. 친환경 쌀 다르고, 고시히까리냐, 추청미냐, 신동진이냐에 따라 다 다른데, 소비자들은 언론에 나온 통계청 쌀값을 모든 쌀값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치킨 한 마리에 2만3000원은 안 아까운데, 세 달 먹는 쌀값 4만5000원이 비싸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

-구조적인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쌀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말해 달라.

유지혜=지금 농민들이 쌀 재배를 늘리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공급과잉은 의무수입물량 때문 아닌가. 쌀 소비는 점점 주는데, 무조건 40만톤을 들여와야 하니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최근에 이 의무수입물량을 해외원조로 돌리자는 주장도 나오던데 이런 대안들에 대한 검토가 선행됐으면 좋겠다.

최동혁=공감한다. 수입산 저가 쌀 문제는 외면하고 국산 쌀 생산량만 얘기하는 것은 안 맞는 것 같다. 국내산 쌀로만 보면 사실 지금도 자급률은 간당간당하다. 국산 쌀을 소비하는 식당에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소비량을 늘려주는 게 먼저다.

강선아=공급 과잉이 일시적인건지, 장기적인건지 검토했나 묻고 싶다. 사회적으로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국산 쌀값이 올랐다. 외식보다는 가정용 쌀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게 정말 국산 쌀의 공급과잉이 맞나. 만약 정부가 원하는 대로 생산면적을 줄이면 농가에서 원하는 만큼 쌀 가격을 올릴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그때는 쌀값 인상을 용납할까. 아마 정부가 수입을 늘리지 않겠나.

박다니엘=지금은 과잉이라고 난리지만 몇 년 전만해도 흉년 때문에 수확량이 크게 줄어 문제가 됐었다. 실제 농지은행에서 간척지 논을 임대했었는데, 처음엔 임대기간 5년 동안 타작물만 재배하라고 하더니, 벼 생산량이 갑자기 주니까 2020년부터 벼로 전환해도 된다고 다 풀어주더라. 기후변화 등을 감안하면 급격하게 쌀 재배를 줄이는 건 너무 위험하다.

-작년 내내 양곡관리법 개정이 화두였다. 개정의 핵심은 시장격리 의무화와 논 타작물 재배 확대다. 어떻게 보고 있나?

유지혜=시장격리를 하든 안 하든, 쌀값이 12만원이든 20만원이든 우리는 농사를 지어 왔다. 시장격리 의무화가 되고 안 되고 자체가 몇 십년 농사 지어온 사람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강선아=시장격리 의무화가 농사를 짓지 말지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다.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은 어차피 상관없이 농사를 지을 거고, 그렇다고 소규모 고령농들이 당장 농사를 포기하거나 타작물로 전화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나. 그러면 지금 누구에게 전환을 하라는 건가.

최동혁=고령농들은 타작물 전환을 할 수 없다. 타작물로 전환하려면 생산기반 정비부터 농기계 구비, 판로 문제까지 다 새로 고민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나.

강선아=농업이 1~2년에 되는 게 아닌데 무슨 정책이 정권 바뀌면 달라지고, 장관 바뀌면 달라지는 게 문제다. 벼를 생산하기에 최적화해 놓은 땅을 콩이나 타작물에 적합하게 바꾸려면 결국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농업의 기본을 알면서 정책을 만드는 건지 의문이다.

유지혜=농가가 타작물로 전환한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수도작 같은 경우야 10년, 20년 데이터가 있고 노하우가 있지만 평생 쌀 농사 지었던 사람이 콩 농사 짓는 게 쉬울까. 한해 농사 망치면 농가 입장에선 3, 4년은 휘청휘청한다. 이뿐인가. 콩 농사로 바꾸려고 트랙터 사고 작업기 사고 다 투자해 놨는데 2년도 채 못 가서 보조금 지원 중단하고, 나중에 공급 과잉으로 콩값이 반 토막이 나면 뒷감당은 누가 하나. 당장 밀만 해도 정부는 올해 2만톤 수매 예정인데, 6만톤까지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걱정이다.

최동혁=콩값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 저희 지역만해도 그나마 메주콩은 덜 떨어졌는데, 서리태는 반 타작이 났다. 시간이 지나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수확량도 늘어날텐데, 결국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여기에 대한 대책도 촘촘히 세우고 작물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선아=그때가면 또 콩 재배 줄이라고 하지 않을까? 일단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 과거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할 때도 ‘딱 2년만 줄테니 타작물 재배하세요’ 했던 게 아니다. 한 가정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가격안정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격리는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도 시장격리가 계속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타작물 재배든, 전략작물직불이든 할 거면 최소한 5년 이상 10년 계획 세워서 체계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다니엘=저도 법률상 의무화한다고 해도 정부가 얼마든지 안 할 수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현행 법상 ‘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도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 아닌가.

강선아=중요한 것은 (시장격리를) 제 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기를 놓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번에도 돈만 쓰고 제대로 효과가 없었지 않나. 시장격리 시기를 위에서 정하지 말고, 진짜 농민들과 협의해서 결정해 달라. 솔직히 이게 여야, 정치권이 싸울 일인가. 우리들의 일인데 왜 우리 얘기가 없나.

-지속가능한 쌀 농업을 위해 혹시 새롭게 구상하고 계신 사업모델이나 정책대안이 있나.

유지혜=아까도 얘기가 나왔지만, 정부가 국산 쌀 소비 활성화에 신경을 좀 더 써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하거나 식품기업을 하는 분들에게 중요한 것은 원가다. 그 분들이 아무리 좋은 쌀, 국산 쌀을 쓰고 싶어도 원가가 높으면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산 쌀을 쓸 경우 비용 보전이 가능하도록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 대책을 만들어 달라.

최동혁=최근 알게 모르게 국내산 식자재를 쓰면서 차별화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출에 민감한 식당이나 기업이라면 세제혜택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선아=저희는 그동안은 쌀을 쌀로만 판매했었는데 올해부터 가공을 시작했다. 밥으로 안 먹으면 누룽지로라도 한 끼 대체할 수 있게 간편식을 하려고 한다. 물론 쌀도 유기농 쌀이고, 농가에서 직접 가공을 하면 생산비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저희만의 타깃 소비층을 찾는 게 최우선이다. 특히 국내 시장만으로는 어렵고, 수출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변화하는 트렌드나 소비 환경에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유지혜=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이걸로 빵도 만들고, 체험도 하고, 강의도 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그리고 학생들이 우리 농업을, 농부라는 직업을 달리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였다. 저한테는 매출액보다 그게 더 중요하고 그럴 때 행복하다. 사실 돈 벌고 싶으면 농업하지 말라고 한다.

박다니엘=소비자들 입장에서 이 쌀 먹으나, 저 쌀 먹으나 이름만 다르지 똑같다면 문제가 있는 거다. 우리 쌀로 밥을 해 먹었을 때, 정말 맛있다, 밥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려면 중간 프로세스, 유통과정이 정말 중요한데, 정책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한 신경은 쓰지 않는 것 같다. 양이 아니라 이제는 품질에 신경 쓸 때다.

-세 분은 이미 유기농쌀로 차별화를 하고 계신데, 어려운 점은 없나?

강선아=그건 저희가 선택한 것이라 감수하고 있다. 다만 저희처럼 자생하려고, 자립하려고 노력하는 농가나 법인을 더 육성해줘야 한다. 지금 정부 정책은 우리가 알려줄테니 따라와 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농산업의 발전은 어렵다. 제 생각에 지금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앞으로 닥칠 위기는 예측이 어렵다. 위기는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때문에 규모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로 조직해서 정부가 이끄는 대로 가는 팀들도 있어야겠지만, 한편에서는 각각의 농민들이 자기만의 방식대로 움직여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들이 나올 수 있다.

유지혜=청년창업농도 좋고, 귀농도 좋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 이 허리는 7년차 이상의 농업인들이다. 이들이 버텨야 한다. 그래야 성과도 내고 1~2년차 농업인들도 힘을 내고 농업에 들어올 수 있다. 농사를 하면서 가장 위기가 5~10년차인 것 같다. 이 시기에 살아남느냐가 농사 유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우리 농업의 허리를 지탱하는 세대를 지원해야 우리 농업이 롱런(오래 지속)할 수 있다.

강선아=정책 성과를 수치로 평가하는 방식은 경계해 줬으면 좋겠다. 정량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창업농을 많이 뽑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후속 지원책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막상 농업에 들어온 젊은층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 쌀 예산 줄이고 이런데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면 저는 용납할 것 같다.

박다니엘=이제 막 농업에 들어오는 청년농들에게 스마트팜을 권장하는 것은 재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방울토마토 등 겨울 작목의 가격이 다 바닥을 치고 있다. 공급 과잉이다. 쌀은 적정 생산해야 한다면서 스마트팜은 왜 계속 늘리고, 청년들에게 권장하면서 빚쟁이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강선아=문제는 청년들이 스마트팜 자금을 지원 받기 위해 정말 많은 투자를 한다. 공부도 그것 위주로 받는다. 그 친구들에겐 농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금을 지원받는 방법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저희한테는 500만원짜리 포장재 지원사업 하나도 너무 소중한데, 푼돈처럼 생각하고 우습게 보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 걱정스럽다.

-청년 농부로서 농업을 지속하는데 불안요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이 농업을 계속 할 수 있는 동력인가.

최동혁=가장 큰 불안요인은 원금상환이다. 농지 구매를 위해 후계농자금 3억원을 빌렸는데, 저 같은 경우 원금 상환기한이 3년 거치 7년이어서 작년에 한 번 갚고 올해 두 번째 상환이 돌아오는데 고민이 많다. 다행히 상환기간을 일부 유예해준다고 하니 한숨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하나는 최근 우렁이가 먹지 않는 외래종 풀이 생겨서 걱정이다. 인근 지역들도 초긴장 상태다. 그래도 유기농업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첫째는 소비자들과의 약속 때문이고, 둘째는 내가 농사 짓는 논의 환경이 바뀌는 게 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회복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까 포기를 못하겠더라. 이 환경을 우리 후세들에게도 잘 물려줘야 될 거 아닌가.

강선아=버틴다는 말이 과거엔 먹혔다. 하지만 이제는 버텨서만 될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이 든다. 특히 작년에 쌀값 문제를 겪으면서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가 여기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나마 청년농이라서 정보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면 뭔가 함께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찾아낼 수 있으니 다행이다. 농업은 누군가에겐 돈벌이 수단이고, 누군가에겐 가치를 실현하는 분야일 것이다. 최근 농업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도 없이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염려가 된다.

유지혜=강 대표의 말에 저도 동감한다. 제가 식생활 체험교육을 나가 물어보면 농부가 꿈인 친구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농업은 힘든 거, 농부는 힘든 직업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농부가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는지 얘기를 들려주고 나면 그래도 한 두 명 정도는 “제가 농부하겠다”며 손을 든다. 미래의 소비자인 아이들이 농업의 소중함이나 농업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전북도에서 하는 ’스쿨팜‘ 같은 제도가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

박다니엘=유기농 농사를 짓다보니 매해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저온 현상이나 때늦은 장마, 갑작스런 병충해, 의도치 않은 비산으로 인한 인증 취소 등은 콘트롤이 어렵다. 시골 물정을 알아갈수록 농사만 지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도 불안요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부터 마을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모내기와 수확체험을 진행했는데, 시골학교 학부모 중에서도 벼농사를 짓는 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까이에 있는 어린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해 보고 싶다. 

정리=김선아·김영민 기자 kimsa@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