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생산비와 이자가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설 특수를 앞두고도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폐업을 고민하는 식품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식품 전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산비와 이자가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설 특수를 앞두고도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폐업을 고민하는 식품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식품 전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산비 상승·경기침체 여파로
식품제조업체 ‘혹독한 겨울’

강릉 엿·물엿 생산업체 ‘삼순이’
“코로나 기승보다 매출 40% 뚝”

대출 금리 인상까지 덮쳐
폐업 고민하는 업체 계속 늘어

식품제조업체들이 생산비 상승과 경기침체 여파로 인한 판매 감소로 설 대목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까지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자 폐업을 고민하는 식품제조업체가 늘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서울의 어느 전시장에서는 설맞이 식품 판매가 한창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식품제조업체들이 오전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설 선물세트를 비롯해 각종 가공제품을 전시하고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됐음에도 행사장을 찾는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간혹 손님들이 있더라도 제품 가격 문의나 시식만 할 뿐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강원 강릉시에서 엿과 물엿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삼순이 농업회사법인(주) 조명숙 대표는 이번 설 경기가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더 악화됐다고 느낀다. 코로나19 확산 때에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소량이라도 구매했지만, 올 설에는 경기침체로 인해 코로나 때보다 40%가량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게 조명숙 대표의 설명이다.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에도 문제가 생겼다. 주재료인 쌀과 옥수수, 보리새싹 등의 가격이 상승했고, 기계를 돌리는데 사용되는 전기와 기름 가격도 2020년과 비교해 20~30% 상승했다는 게 조명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일할 사람이 계속 줄어들어 인건비도 50% 이상 상승하고, 택배비도 기존 3500원에서 4000~5000원으로 상승해 식품제조업체들이 느끼는 경영 압박이 큰 상황이다. 

조명숙 대표는 “제품 가격을 제외한 모든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설에는 경기가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엿 선물세트 1000개를 생산했는데, 지금까지 한 개도 팔지 못했다”며 “엿과 물엿의 특성상 장기 보관도 쉽지 않아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인상돼 식품제조업체들의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2022년 1월 1.25%에서 인상되기 시작해 2023년 1월 13일 기준 3.50%까지 올랐다. 

경기 포천시에서 한과 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은행에 대출 연장신청을 하러 방문했다가 고민이 깊어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대출 이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경영을 이어 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연장해야 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원금 상환을 요구했다. A 씨 입장에서는 대출이 간절했다. 금리가 오르는 기간 동안 인건비는 2배가 올랐고, 원자재가격은 3배가 올라 대출을 이어가지 않으면 더 이상의 경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사정을 설명하고 겨우 대출을 연장했지만, 다음 대출 만기 시점이 오면 그때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한과는 팔리지 않고, 원자재 가격은 대폭 상승했으며 대기업에 납품해도 제품 가격은 인상되지 않고 몇 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다”며 “대출을 여러 건을 받은 상황에서 각 대출의 만기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목이 바짝 타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이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