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스페인산 계란이 입고되는 선별장 앞에서 산란계 농가들이 맨몸으로 스페인산 계란을 실은 트럭을 막아섰다.
스페인산 계란이 입고되는 선별장 앞에서 산란계 농가들이 맨몸으로 스페인산 계란을 실은 트럭을 막아섰다.

스페인산 입고 트럭 막고
산란계농가 항의 시위

비축물량에 수입산까지 풀려
생산비 치솟는데 납품가 내리막
양계협회 산란계비대위 구성
정부 수입정책 비판 날 세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거, 차라리 나를 지르밟고 가시라.”

스페인산 계란이 충남 천안의 한 선별업체로 들어오던 지난 11일 오전 11시경, 대한양계협회 소속 산란계 농가들이 선별장 앞에서 수입 계란을 실은 트럭을 막아섰다. 계란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시점에 수입 계란을 막는 건 이들에겐 ‘생존권’을 지키는 행위였다. 하지만 농가는 경찰에 의해 연행됐고, 결국 수입 계란을 실은 트럭은 농가 저지선을 뚫고 선별장에 입고, 본격적으로 시중에 풀리게 됐다. 

사실 스페인산 계란은 전날 선별장 입고가 예고돼 있었고, 농가들은 10일부터 선별장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준비 과정이 미흡했던지, 농가가 느슨한 틈을 타 진입하려 했는지 수입 계란은 이날이 아닌 11일부터 선별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존권이 걸린 일에 느슨함은 있을 수 없는 일, 농가들은 겨울비가 종일 내리던 13일에도 선별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수입 계란을 실은 트럭을 막으려는 농가를 경찰들이 제지하고 있다.
수입 계란을 실은 트럭을 막으려는 농가를 경찰들이 제지하고 있다.

3일 연속 시위 현장을 찾으며 11일엔 경찰에 연행까지 됐던 경기 안성의 산란계 농가 정기훈 씨(양계협회 감사)는 “수입 계란이 선별장에 들어오는 걸 막기에 우리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우리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거 계속해서 수입 계란이 선별장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 한다”고 전했다. 

수입 계란이 국내에 들어오고, 정부 비축 물량도 저가에 풀리면서 현장 농가들은 그들이 생산한 정상 계란도 낮은 가격대에 납품을 강요받고 있다. 한마디로 사룟값, 인건비, 유류비 등 치솟은 생산비 속에 농가들은 낮은 가격까지 요구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 씨는 “정부가 계란을 수입하고 비축 물량을 저가에 팔면서 유통업체들이 우리들의 정상 계란도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며 “생산원가가 치솟은 가운데 낮은 납품가를 강요받으며 우리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양계협회는 산란계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 정부의 수입 계란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양계협회는 산란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입 계란을 들여온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다. 

오세을 산란계비상대책대위원장은 “지난해 하반기 과잉 입추된 병아리로 인해 설 명절 이후 난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살처분된 사육 수수도 미미하기에 수급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계란을 수입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내 상황을 직시, 정부는 당장 계란 수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설 대목이 무색하게 국내산 계란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11~20일) 특란 30개 기준 5077원이었던 달걀 산지 가격은 지난달 하순(21~30일) 5069원, 이달 초순(1~10일)엔 4987원까지 떨어졌다. 스페인산 계란이 국내에 들어온 10일 이후 달걀 가격이 더 하락, 11일 4895원, 12일에는 4812원까지 내려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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