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 ‘우울한 설맞이’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1년 중 대목으로 꼽히는 설을 앞두고 있지만 한우농가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한우가격 하락세 때문이다. 한우농가들은 설 대목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설 명절 이후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우농가들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간 연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사라진 설 특수

작년·재작년 평년가격 웃돌아
kg당 2만원 넘겼지만
올해는 1만6524원 그쳐

대목 앞두고 상승기류와 달리
설 4주 전까지 되레 내리막
그나마 거세우 선전하지만
생산비 못미쳐 출하 농가 ‘적자’

농협경제지주 한우국의 설 한우수급 현황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2021년과 2022년. 설 명절을 앞둔 4주 전부터 8주 전까지 한우가격은 각각 2만664원, 2만689원을 기록하는 등 2만 원을 훌쩍 넘었다. 1만8961원인 평년가격(2018~2022년) 보다 1000원 이상 좋은 시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특수도 사라졌고 설 대목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설 명절을 앞둔 4주 전부터 8주 전(2022년 11월 26일~12월 30일)까지 5주 동안 한우 평균가격은 ㎏당 1만6524원에 그쳤다.
 

특히 설과 추석 대목에는 한우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지만 이번 설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D-8주차 때 1만7004원을 기록한 후 D-7주차 1만6921원, D-6주차 1만6325원, D-5주차 1만6006원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후 D-4주차 1만6365원, D-3주차 1만6748원으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농가들 입장에선 사료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설 특수라고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가격이다.

그나마 거세우 가격이 1만8380원으로 가격 하락을 막아주고 있는 형국이지만 지난 2년 동안 배합사료·조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당 2만 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농가들은 적자를 감수하고 한우를 출하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도축마릿수 증가다. 이번 설을 앞두고 해당 기간 동안 도축마릿수는 10만7911마리로 지난해(9만7882마리) 보다 10.2% 늘어났다. 여기에 2021년 3만7228마리, 2022년 4만1324마리였던 암소 도축두수가 지난 5주 동안 5만 마리(5만145마리)를 넘기면서 가격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없었던 시기와 비교해도 이번 설 명절을 앞둔 한우가격이 낮은 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에 맞은 설 명절 8주 전부터 5주 전(2018년 12월 9일~2019년 1월 12일)까지 한우 가격은 1만7698원(등외 제외)으로 나타났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공급 측면에서만 보면 과잉으로 들어섰고 가격 측면에서도 하락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가격이 반짝 상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명절 특수라고 말하기엔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강병규 농협경제지주 한우국 연구위원은 “명절을 앞두고 재고물량이 줄어들 줄 알았지만 (12월 하순을 기준으로) 정육 재고량이 늘었다. 명절 특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절 이후 걱정스런 한우가격

개학 이전까지 큰 폭 하락 우려
재고물량도 줄지 않아 ‘먹구름’

농가들의 더 큰 걱정은 설 명절 이후다. 설 명절 이후와 학교 급식이 시작되는 개학 사이는 한우 소비가 비수기로 접어들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설 연휴 이전 한 달(2021년 12월 31일~2022년 1월 29일)과 이후 한 달(2022년 2월 3일~3월 4일) 가격을 비교하면 한우 평균가격은 약 1.88% 하락했다. 거세우 가격도 0.94%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우가격이 폭락했던 시기였던 2011년에는 설 명절 전(1월 3일~2월 1일) 보다 명절 이후(2월 7일~3월 8일) 9.51% 급락했다. 거세우 가격도 8.85% 추락했다.

여기에 재고물량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가 일부 회복됐지만 공급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발표하는 한우고기 유통동향 모니터링 조사보고에 따르면 전체 재고물량은 전년대비 52.0% 증가한 5411톤(2022년12월 16일~12월 31일 기준)으로 추정된다. 구이류 64.4%, 정육류 50.8%, 갈비 37.7% 등 모든 품목의 재고량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형우 팀장은 “사실 설 명절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그래서 소비 촉진 행사 등을 명절 이후 집중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가격도 작년보다 10% 이상 떨어졌는데 (올해 한우 평균가격이) 생산비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거세우 기준으로 출하월령이 0.3개월 정도 늘었고 최근 출하물량은 줄어들었다. 출하해도 적자이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는 것을 미루는 경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명절 이후에 소비가 늘거나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요인이 없는데 이 시기에 출하하지 않은 거세우가 명절 이후 몰리면 가격이 더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우농가, 산지·소비자 가격 연동 촉구
산지가격 내려도 소비자가격 요지부동…“도-소매가격 연동성 높여야”

상승 땐 재빨리 반영하지만
하락국면일 땐 소극적 ‘도마’
농협이 소매가격 인하 선도
할인행사로 소비 촉진 여론

한우농가들은 산지가격 하락에도 소비자가격이 요지부동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내리면 한우고기 소비가 일정 부분 회복돼 한우가격이 상승하는 선순환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가 발표한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성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가격 상승기는 도매가격 상승분을 소매가격에 적극 반영하는 반면 가격 하락기에는 소매가격 반영이 소극적”이라며 “도·소매가격 연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우정책연구소는 지난해 12월 4주(19~23일)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5029원으로 2021년 12월 평균 가격보다 27.2% 떨어졌지만 소비자가격은 8.5%(등심 1등급 9만9554원) 내리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우정책연구소가 월별 한우 도·소매가격을 상관분석으로 가격연동성을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는 0.7 정도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도·소매가격 연동성이 높은 것으로, 한우정책연구소는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성이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우 가격 상승기에는 상관계수가 0.73, 가격 하락기에는 0.69로, 도매가격 변동이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가격 상승기에 더 빨리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우정책연구소는 가격 하락기에 대형마트의 가격 연동성 제고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농협의 판매채널을 통해 소매가격 인하를 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가격연동성의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한우 유통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한우 소비자가격 결정요인이 산지가격 외에도 물가 상승 등 다양하게 있고 직거래가 아닌 이상 한우 유통단계도 3~4단계가 있는 상황에서 도매가격 하락폭만큼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우를 비롯한 축산물 유통의 문제가 어제 오늘 거론된 것은 아니”라면서 “한우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유통업체, 상인들 입장에선 물가가 6~7% 오르는 등 각종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떨어진 한우가격만큼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그리고 산지가격 하락에 맞춰 소비자가격이 내리려면 다소 시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도 6일 긴급 축산발전협의회를 개최하고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제를 강화하고 소비촉진 할인행사에 적극 동참해 소비자 가격 인하에 기여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전국 1500여개 농·축협 하나로마트에 권장 판매가격을 주기적으로 지시하며 도·소매가격 연동제 참여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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