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연구소 ‘트렌드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2013년 대비 2021년 
여성 가구주 29.8→32.8%

1인 가구 비율 62% 달하고  
30대 이하 42.4% ‘최대’
41.9%가 소득보다 생활비↑

성별 임금차등·일자리 불안정
주택부족 등 어려움으로 꼽아
주거지·보안시설 확충 시급

최근 여성 귀농·귀촌이 1인 가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겪고 있는 귀농·귀촌의 어려움으로는 △성별에 따른 임금차등과 일자리 안정성 부족 △주택부족 및 안전성 미흡 △지역인프라 부족 △농촌지역의 둔감한 성인지 감수성 등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내용은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에서 최근 발표한 ‘여성 귀농·귀촌 트렌드와 시사점’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담겼다. 연구를 수행한 유형석 부연구위원은 "지역소멸 방지를 위한 기존 정책이 주로 남성 가구 위주로 추진돼 왔던 점을 보완하고자 여성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여성 귀농·귀촌 트렌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귀농·귀촌인은 2013년 20만4789명에서 2021년 23만8980명으로 16.7% 증가했고, 2021년 기준 전체 귀농·귀촌인 51만5434명 중 여성 비율은 46.4%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여성의 귀농·귀촌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귀농·귀촌 여성이 가구주인 비율은 2013년 29.8%에서 2021년 32.8%로 증가했다. 반면 여성이 동반한 이주(동반인원) 비율은 25.3%에서 16.2%로 감소했다. 여성 가구주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은 여성이 주도적으로 귀농·귀촌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특히 여성의 귀농·귀촌이 1인 가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귀촌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 여성 귀농·귀촌 508가구 중 1인 가구는 315가구인 62%로 귀농 가구의 58%, 귀촌 가구의 64.5%가 1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원인으로는 배우자가 없는 여성의 귀농·귀촌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성 귀농·귀촌인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귀농의 주 연령대가 50대에서 60대까지 폭이 넓어졌고, 여성 귀촌의 경우 30대 이하 비율이 2021년 42.4%로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향후 1인 가구 여성 귀촌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귀농·귀촌 동기는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40대 이하 여성 가구는 ‘농업 발전 가능성’과 ‘도시의 비싼 주거비 및 농촌의 저렴한 주거비’ 등 경제적인 이유로 귀농·귀촌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은 ‘자연환경과 정서적 안정감’을 가장 높게 선택했다.

전체 여성 귀농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161.6만원이며, 귀촌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4.6만원이다. 여성 귀농가구는 여성 귀촌가구보다 소득은 적지만 월평균 생활비는 많이 들어 적자 가구 비율이 높았다. 전체 여성 귀농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1.9%는 월평균 총소득보다 월평균 생활비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귀농·귀촌 사례별 어려움

이번 연구에서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여성 귀농·귀촌인 15명은 △성별에 따른 임금차등과 일자리 안정성 부족 △주택부족 및 안전성 미흡 △지역인프라 부족 △농촌지역의 둔감한 성인지 감수성 등을 귀농·귀촌의 어려움으로 응답했다.

실제 사례로 충남 홍성의 20대 여성 귀농인 A씨는 마을 어르신들의 농사일을 도와드리며 일당을 벌고 있는데, 같은 양의 일을 하면서도 남자는 10만원, 여자는 6만원으로 임금이 달라 성별 간 ‘동일업무·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점이 귀농 만족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한 일자리의 계절 변동성이 높고, 임시·일용직이 다수여서 안정적인 소득 창출이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주거부족 문제도 여성의 귀농·귀촌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북 완주에 사는 40대 여성 귀촌인 B씨는 사례 조사에서 “집을 보러 가면 결혼여부를 가장 먼저 물어보고,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면 임대를 안 해줬다”면서 “남자인 친구를 데리고 집을 구하러 다닌 적도 있다”고 밝혔다.

농촌지역에서 산부인과 등 여성 특화 병의원이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30대 한 여성 귀촌인은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 인근 도시까지 차로 1시간 정도 가야 한다”라면서 “정부에서 교통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문제는 위급상황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실제로 둘째 아이를 차에서 출산할 뻔했다”고 밝혔다.

이에 여성의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해 △안전한 주거지 확보와 환경 개선 △의료생협을 활용한 여성특화 의료시설 마련 △지역소멸 방지를 고려한 농촌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이 제시됐다.

유형석 부연구위원은 “여성 귀농·귀촌 감소는 지역소멸 가속화를 의미한다. 여성 귀농·귀촌 트렌드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애로사항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기이다”며 “우선 주거지 확보와 환경 개선을 위해 귀농·귀촌인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를 확보하고, 공공보안시설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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