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 가계부 안녕하십니까ㅣ충남지역 “간신히 버텼다”

[한국농어민신문 송해창 기자] 

이상헌 한농연예산군연합회장이 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상헌 한농연예산군연합회장이 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생산원가는커녕 적자 걱정
인건비 전년비 30% 오르고
경유값은 1년 새 2.5배로
쌀값은 오를 기미 없어 답답

인삼값 전년비 반토막
4년근 1채 1만2000원 불과
그나마도 간신히 유지
새해 재배 예정지 면적 줄어
“금산인삼 명운 가를 것”

충남농업계는 지난해 자재비·인건비·유류비 등이 일제히 폭등한 ‘삼중고’를 겪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대책이 이어졌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이 높다. 삼중고와 맞물린 농산물 가격 하락은 충남농업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생산원가는커녕 적자가 예상된 탓에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속출했다.

충남농업계에서는 올해 농업전망마저 비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외 정세, 국내 소비흐름 등에 부정요인이 우세하다는 전망에서다.

“차광막 40%, 비료 20% 등 가격이) 안 오른 농자재가 없어요. 최소 적자는 면해야 농사지을 것 아닙니까. 금산인삼의 생존이 걸린 시기에요.”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서 만난 주재현 한농연충남도연합회 부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주 부회장은 진산면 일대에서 인삼 농사를 짓고 있다. 총 재배규모는 1만평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농사를 두고 “간신히 버텼다”고 평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농자재값 인상’을 꼽았다. 실제 지난해 인삼 관련 농자재 값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제조업체 A사는 차광막(95%, 4mX4m) 가격을 지난해 초 1만3000원대에서 지난해 말 1만8000원대로 올렸다. 또 다른 제조업체 B사는 동일 기간 동일 제품 가격을 1만4000원대에서 2만원으로 높였다.

차광막 이외 비료, 지주목, 비닐, 농약 등 전 분야에서도 가격 상승이 진행됐다. 비료업체 C사의 유박비료(20kg) 가격은 지난해 초 7000원대에서 지난해 말 9000원대로, 또 다른 업체 D사의 유박비료는 8000원대에서 1만원대로 올랐다. 지주목, 비닐, 농약 등 가격도 지난해 최소 20% 이상 폭등했다.

반면 인삼 값은 전년 대비 50%가량 폭락했다. 4년근 인삼 1채(750g) 가격은 2021년 2만2000원대였으나 지난해에는 1만2000원대에 머물렀다. 해당 가격조차 간신히 유지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향후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2023년은 금산인삼의 명운의 가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인삼재배의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주재현 부회장은 “다년생작물인 인삼은 예정지 관리(2년)와 생육(4년 이상)을 거쳐 재배된다. 최근 농업여건 악화로 관리 예정지 면적이 대폭 줄었다”며 “예정지 면적 감소는 인삼 생산량 감소로 직결된다. 올해마저 (예정지 면적이) 감소한다면 금산인삼은 생존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벼농사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건비·유류비 인상이죠. 지난해 인건비는 30%, 유류비는 전년 대비 약 100% 올랐어요.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0% 이상인데 유류비 인상이 너무나 뼈아프죠.”

충남 예산군 고덕면 일대에서 1만70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이상헌 한농연예산군연합회장의 푸념이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2022년 예산지역 인건비는 전년 대비 30% 가량 올랐다. 하루 9시간 기준 10~12만원 수준의 인건비가 1년 새 13~16만원대로 상승했다. 모내기·수확철 등 특정시기 인건비는 17만원을 상회한다.

유류비 인상도 예산지역 농업계에 큰 피해를 입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022년 1~3분기 충남지역 면세유 평균가격은 1리터당 △휘발유 1267원 △경유 1377원 △등유 1254원 등으로 집계됐다. 2021년 면세유 평균가(휘발유 791원, 경유 823원, 등유 795원) 대비 64~73% 높다.

이 중 농기계에 주로 사용되는 경유 가격상승은 농가 경영비 증가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특히 예산지역 대부분 농가는 할당 면세유마저 부족해 인근 주유소에서 1800원대의 경유를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823원에 사용하던 경유를 1년 새 약 2.5배가량의 가격에 구매한 셈이다.

2022년 쌀값은 예산지역 농업계의 주름을 더욱 깊게 했다. 예산군통합RPC조합장협의회는 2022년산 삼광벼(1등급, 40kg) 가격을 5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2021년 동일 제품 가격 6만4600원보다 약 10% 낮다.

이상헌 회장은 “향후 인건비와 자재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 유류비도 큰 폭의 하락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최소한 인상된 만큼의 경영비는 회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것이 모든 농가의 바람”이라고 푸념했다.

이대희 전 한농연충남도연합회장은 “충남농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소위 ‘본전도 건지기 어렵다’는 푸념이 만연했다”며 “올해 분위기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 하락하는 쌀 소비량 등 부정요인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재비·인건비·유류비 등은 올해도 오를 것으로 본다. 삼중고가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위에는 농사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농사짓기 두렵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토로했다.

충남=송해창 기자 songh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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