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 시대 ‘안착’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최영진 기자] 

2022년 11월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 행사기간 해외 바이어 34개국에서 133개사가 참여하며 한국 농식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22년 11월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 행사기간 해외 바이어 34개국에서 133개사가 참여하며 한국 농식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이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나선다. 고물가‧고환율 등 대외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앞선 2022년 11월 23일에 정부는 부처합동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농식품’과 ‘수산식품’을 ICT와 바이오, 콘텐츠·관광과 함께 ‘수출 유망 5대 분야’로 선정하고, 수출 활성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81년 수출액 21억 달러에 불과했던 농식품이 20여년 만에 국가 주요 수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단일 수출 100억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전략 품목을 적극 육성하는 등 수출 지원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농수산식품 수출 120억달러 고지 보인다
정부, 전용 선복노선 마련하고
미 동부·유럽·동남아까지 확대
물류비 최대 25% 추가 지원에  
BKF 성공개최 등 전략 주효

2022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0개월 만에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1월 누적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09억9280만 달러로 집계됐다.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월 평균 수출액 추이를 감안하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자, 100억 달러를 처음 돌파한 2021년(113억7370만 달러) 실적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런 성과를 거둔 요인으로, 우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물류대란이 빚어지자, 정부는 수출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수산식품 전용 선복노선을 마련했다. 노선도 기존 미국 서부와 호주에서, 미국 동부와 유럽, 동남아까지 확대했다. 여기에 ‘엔저현상’이 지속되자 연말엔 환율변동 위험을 수출업체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수출보험 지원을 확대했으며, 수출 물류비도 최대 25%를 추가 지원했다.

한국 농식품이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해외에서 고품질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수출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풀이된다. 올해 11월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22 바이어 수출상담회(Buyer Korean Food)’에 해외 바이어 34개국 133개사가 참여했는데, 해외 바이어들은 인터뷰에서 ‘한국산 신선농산물을 중국산보다 프리미엄이다’, ‘동영상 콘텐츠를 접한 소비자들이 한국 농식품을 많이 찾는다’, ‘한국 음식은 질좋은 음식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등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농식품의 현지 인기를 확인시켜줬다.

#라면‧장류 등 가공, 수산 수출실적 성장세

쌀 가공식품 전년비 11.2%↑
라면 14.5% ‘폭풍 성장’
참치·명태·대구도 늘어

올해 농수산식품 수출 성적표를 보면 수산식품과 가공식품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11월 기준 가공식품은 5.2% 늘어난 66억7670만 달러를, 수산식품은 29억177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가공식품 수출 주요 품목 중에서는 쌀 가공식품이 1억64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2%가 상승했고, 라면도 6억9600만 달러로 14.5% 올랐다. 농식품수출정보 ‘카티(Kati)’에 따르면 쌀 가공식품은 건강기능식품 시장 성장과 함께 미국 현지인 맞춤형 가공밥 등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고, 라면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정 간편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커피 조제품 3억410만 달러(6.7%)로 전년보다 높은 실적을 보였고, 유자차 4880만 달러(5.3%)로, 미국 현지 유통매장 입점이 확대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산물은 12월 9일 기준 참치와 명태, 대구의 실적이 크게 올랐다. 참치 5억8113만 달러(6.5%), 명태 2억5686만 달러(94%), 대구 1억2172만 달러(41%)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신선농산물 수출은 11월 기준 13억9850만 달러로, 2021년에 비해 1.4% 감소했다. 딸기는 4590만 달러(-13.7%), 포도는 2790만 달러(-8.3%), 파프리카는 6810만 달러(-8.6%), 인삼류는 2억2900만 달러(-2.5%)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티는 포도는 중국산 샤인머스켓이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며, 파프리카는 일본 내 물가 상승 심화로 소비자 수요가 침체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배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미국 현지 연휴 수요가 늘면서 전년보다 3.7% 증가한 607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신선 농산물 수출 ‘흐림’, 그래도 미래는 있다
딸기·포도·파프리카·인삼류 등
신선 농산물, 기대 못 미쳤지만
수출통합조직 통한 품질 향상
신품종 개발 등 ‘장밋빛 미래’  

2022년 신선농산물 수출은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2022년 한 해 수출통합조직을 중심으로 상품 품질을 높이고, 수출 환경을 개선한 노력들은 고무적이다. 이는 향후 대외 수출여건이 나아지면 신선농산물 수출을 촉진하는 동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단적으로 케이푸드(K-FOOD) 수출 스타품목인 포도와 딸기는 좋은 예다. 포도수출통합조직 한국포도수출연합은 자체적으로 샤인머스켓의 수출 품위를 기존 1등급과 2등급에서 더욱 세분화해 프리미엄급을 신설하며 품질 강화에 역점을 뒀다.

황의창 회장은 “국내 샤인머스켓 출하 기준은 없는 데 반해 수출용은 깐깐하게 규격을 유지하고 있어 해외에서도 품질을 높게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포도 수출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베트남 포도 수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이유로, 카티가 ‘중국산 짝퉁 농산물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인식 개선’으로 꼽고 있다. 이 또한 수출 포도 품질을 높인 결과물이다.

딸기수출통합조직 케이베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출물량을 케이베리를 통해 수출토록 하는 공동물류체계를 도입, 항공 운임을 20%까지 낮추기도 했다. 수출창구 일원화로 농가와 수출업체의 부담을 덜어준 성과다.

배수출통합조직인 한국배수출연합도 수출배 원산지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2021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에 이어 2022년엔 미국까지 현장에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해 감시를 강화했다.

#2년 연속 농식품 100억달러 시대, 농식품부 계획은
세계 곳곳 한류 연계 ‘K-FOOD 페어’…농식품 단일 수출 100억 달러 향해 달려

농식품부는 올해도 해외에서 케이푸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팝(K-Pop)과 드라마(K-Drama) 등 한류 콘텐츠 인기가 이어지고 있고, 건강 중시 트렌드도 유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2년 해외한류 실태조사에서 5년 연속 한국 문화 콘텐츠 인기 1위를 한식이 차지했다. 또한 아세안과 유럽 지역 수출 성장세가 높고, 중국 중심으로 온라인 식품 시장이 성장하는 등 시장이 다변화되는 추세라는 점도 수출 증가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농식품부는 올해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농식품 단일 수출로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수출 전략품목을 육성하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신선농산물은 하이베리(딸기)나 홍주씨들리스(포도)와 같은 수출 유망 신품종을 육성하고, 품질 고급화와 수출 기간 연장을 통해 동남아‧중화권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확대할 생각이다.

또, 김치는 김치 양념과 소스 등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하는 가운데 김치 맛과 품질 향상을 위해 김치 종균 보급 예정량 7톤 중 5톤을 수출용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장류는 현지식에 맞는 장류 활용 소스를 개발, 아세안과 미국을 공략할 방침이다. 인삼류는 해외 기능성 식품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데, 그 예가 일본 소비자청의 ‘면역력 증진’ 기능성 등록 추진과 아세안의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홍삼 간편섭취 제품 홍보 등이다.

대규모 한류행사와 연계한 케이푸드 홍보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 ‘K-FOOD 페어’를 개최하며, 오는 4월 베트남 하노이를 시작으로, 6월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와 하반기에는 중국과 미국에서 펼쳐진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Lazada)에 입점, 해외 대형 온라인몰 내 한국 식품관도 확대 개설된다.

오픈소스랩은 지난해 파리 식품박람회(SIAL PARIS 2022)에서 김치가공제품인 ‘김치V’를 해외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처럼 올해엔 국제식품박람회 참가를 늘려 다양한 한국 농식품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오픈소스랩은 지난해 파리 식품박람회(SIAL PARIS 2022)에서 김치가공제품인 ‘김치V’를 해외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처럼 올해엔 국제식품박람회 참가를 늘려 다양한 한국 농식품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해외 국제식품박람회 참가 횟수를 2022년 19개에서 올해 24개로 확대한다. 신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거래선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캐나다 토론토 국제식품박람회(SIAL CANADA, 5월), 인도 뭄바이 국제식품박람회(ANUGAFOOD INDIA, 9월), 독일 쾰른 국제식품박람회(ANUGA, 10월) 등에 참가한다. 더불어, 대형유통채널 입점을 위한 바이어 발굴 확대를 비롯해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하는 대규모 수출상담회(Buy Korean Food) 개최 등 판로 개척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용직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농식품 단일 수출 100억 달러를 위해선 현재 수준에서 10억 달러가 더해져야 하는 만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한류와 함께 한국 농식품은 세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수출시장으로서 아세안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츠 마케팅 등을 통해 한국 농식품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영규·최영진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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