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올해 초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수입계란이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폐기됐다.
올해 초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수입계란이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폐기됐다.

기재부, 신선란 직접 수입 추진
농식품부도 시범물량 121만톤
1월 스페인 통해 반입 ‘공식화’

미국·EU 등 주요 생산국 AI 심화
가격 치솟아 막대한 혈세 필요

올 초 수입산 124톤 폐기 전력
농가 “반성은커녕 또 헛발” 반발


계란 수급이 안정적이라면서도 폐기한 수입 계란을 재차 들여오겠다는 정부의 ‘이중 잣대 헛다리 정책’에 산란계 농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와 달리 미국, EU 등 주요 계란 생산국에서 계란이 고가로 형성돼 있어, 막대한 혈세 투입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4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개최하며 계란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전하면서도 1월 중 신선란을 직접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다행히 아직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살처분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비 산란계 수가 많아 계란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방 차관은 “앞으로 AI 확산세 심화 가능성, 설 성수기 가격 상승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우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계란을 직접 수입해 1월 중 대형마트 등에 공급할 예정이며, 향후 가격·수급 상황을 보아가며 추가 수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같은 날 국영무역을 통해 1월 중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 개를 시범적으로 수입하겠다며 밝히며 계란 수입을 공식화했다. 

계란 수급이 안정적이라면서도 계란을 수입하겠다는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계획 발표에 농가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대한산란계협회에 따르면 현재 농가들의 철저한 방역 관리와 늘어난 산란계 사육마릿수로 국내 계란 가격은 6700원대(계란 소비자가, 30알), 농가 납품가는 4400원대를 유지하며 계란 공급이 안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반면 고병원성 AI가 급속도로 확산된 미국과 EU 등 주요 계란 생산국에선 1판에 2만 원 내외의 가격이 형성되고 계란 한정 판매까지 실시하는 등 ‘계란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사룟값 등 생산비가 치솟은 상황에도 안정적인 계란 공급을 주도하는 농가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수입 계란이란 매질을 하고 있다고 농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올 초 1000억여 원의 혈세를 투입해 들여온 수입 계란 상당수(124톤)를 5억5000만 원의 혈세를 추가 투입하며 폐기까지 했다. 이렇듯 소비자들의 수입 계란 외면 속에 계란 수급 안정에 하등의 보탬이 되지 않는 수입 계란 정책을 정부가 반성은커녕 재차 반복하며 농가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지금 농가들은 치솟은 사룟값과 한파 등에 따른 생산비 상승에다 고병원성 AI 확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은 계란 가격이 3배나 폭등했고 유럽에선 계란 한정 판매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계란은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그런 우리 농가를 격려하거나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폐기까지 한 수입 계란을 또다시 들여올 수 있는지 정부의 행태를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싼 수입 계란을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저가로 시장에 내놓겠다는 정부의 헛다리 정책은 결국 혈세는 혈세대로 투입하고 대한민국 계란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입 계란에 쏟아붓는 혈세를 낭비 말고 농가 사료비 지원이나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계란가격안정제 도입 등에 활용해야 한다. 그게 중장기적으로 계란 시장이 안정화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