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생물 다양성이 증진되고 수질 개선 효과도 조사됐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친환경농업을 확산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농업환경 보전 개선 목적으로 시행

2018년 실증연구 시작으로 
현재 65개 마을 본사업 시행
수행 활동 이행여부에 따라
10a당 2만~10만원 지급

농업환경을 보전 개선하고 청정한 농촌마을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각종 농자재 고투입 농업생산과 거주 주민들의 생활폐기물로 인해 악화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친환경농어업법 제9조(농어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제10조(농어업 자원 보전 및 환경 개선), 제11조(농어업 자원과 농어업 환경의 실태조사 및 평가) 등 법률을 토대로 시행되고 있다.

2018년 실증연구를 통해 사업이 시작됐다. 충남 보령 장현리, 전남 함평 장년리, 경북 문경 원북 상괴리 등 3개 지역에서 처음으로 실증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이어 2019년부터는 본 사업으로 정부 예산이 배정돼 시행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전국 9개도 44개 시군의 65개 마을로 확대됐다. 

사업 대상은 농업인과 주민 20인 이상이 참여하고, 참여 농경지가 최소 20ha를 넘어야 한다. 또한 선정된 지구에는 국비 50%, 지방비 50%로 5년 동안 6억5000만원(1년차 5000만원, 2~5년차 매년 1억5000만원)이 지급된다. 

농업환경 개선을 위해 수행해야하는 활동이 있다. 이행에 따른 활동비도 지급된다. 개인 활동으로는 토양, 생태, 대기 3개 분야에 모두 16개 세부 활동이 있고, 이 중에서 △적정양분 투입(완효성 비료 사용) △외부 양분 투입 감축 △경사진 밭 끝에 침사구 설치 △제초제 없이 잡초 제거하기 등 5개 항목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이다. 

나머지 11개 항목은 선택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필수와 선택 항목의 활동비는 2022년 기준 10a당 최저 2만원에서 10만원이 책정돼 있다. 다만 둠벙 조성 관리의 경우 40~60만원, 축산 악취 저감 미생물 제제 사용은 50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마을 주민이 모두 참여해야 하는 공동 활동으로 농업용 수질 개선과 양분 유출 방지, 생활환경 개선, 농업생태계 보호, 농촌경관 개선, 농업유산 보전 등이 있다.
 

프로그램 가시적 성과

논에 출현한 지표생물 종수
2년차 11종서 3년차 18종 ‘쑥’
밭은 6→14종 두배이상 늘어
식물종수도 1.6배 증가 효과

마을별 평균 온실가스 감축량
승용차 480대 CO배출량 달해

이 같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시행한 농경지와 농촌마을에는 바로 변화가 감지됐다. 사업 시행 관리 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의 2021년 지표생물 조사에 따르면 3년차 5개 마을의 논과 밭 생물다양성이 2년차 보다 높게 나타났다. 

논의 생태환경을 들여다보니 출현 지표 생물 종수가 2년차에서는 평균 11종이었지만, 3년차는 18종으로 늘었다. 밭 또한 2년차 평균 6종에서 3년차에는 14종으로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필지별 발견되는 모든 식물에 대한 비교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필지에서 출현한 식물 종수가 평균 55.8 분류군으로 참여하지 않은 곳의 35 분류군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두고 있다.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마을에서 토양탄소저장 관련 영농활동이 358ha로, 마을별 평균 온실가스 감축량은 68.3tCO2/yr으로 승용차 480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를 상쇄할 수 있는 양이며, 소나무 8312그루 효과와 동일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동활동 항목인 논 배수물꼬 물관리를 통해 수질개선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총질소(Y-N) 농도를 측정해 보니 미설치 지역이 설치 지역에 비해 14배 높게 나타났고, 총인(T-P) 또한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영농기간에 논 배수물꼬를 설치한 지역 인근 하천의 TOC, T-N, T-P 농도가 배수물꼬를 설치하지 않은 지역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농업 발전 토대로 활용 가능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해를 거급할수록 환경개선 효과가 나오는 만큼 친환경농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길목으로 주목되고 있다. 개인과 공동 활동 항목에는 친환경농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천적 방제, 제초제 사용 금지, 경운 최소화, 수생식물 식재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생물과 식물의 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친환경농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김남운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전무는 “친환경농업에 인접해 있는 농가가 친환경을 하지 않을 경우 친환경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그런데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하면 해당 지구의 친환경농업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기존 관행 재배 농지를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교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장의 농민들은 대부분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며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과 활동 내용들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보다 세밀한 활동 내용과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업 참여에 대한 지급단가 개선 등 정책 강화가 요구된다.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통한 농가별 전체 지원금이 친환경농업 직불금보다 높을 수 있다”며 “친환경농업을 하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소농이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을 하면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동시에 참여하는 농가에 대한 혜택을 차등해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운 전무는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2021년에는 신규 지구 지정이 없었고, 2023년 사업예산도 삭감됐다가 국회 농해수위에서 부활시켰는데, 농업환경 개선과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해선 매년 안정적으로 예산이 배정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현장 사례/충북 괴산 신기마을
“친환경농업 발전시키며, 마을 공동체 회복”

매주 일요일 신기마을 사람들이 농촌환경 보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함께 유기농 마을농장을 가꾸고 있다.
매주 일요일 신기마을 사람들이 농촌환경 보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함께 유기농 마을농장을 가꾸고 있다.

마을 40농가 중 20곳 독거노인
소일거리·용돈벌이 등 도움
남은 2년 마을기업 조성 계획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은 친환경농업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마을의 공동체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신기마을이 환경보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름다워지고 활기 넘치고 있습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12월 21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기농 마을인 괴산군 감물면 신기마을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어 마을 입구부터 넘치는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신기마을의 한광희 이장과 원길식 총무를 만나 아름답고 활기찬 마을의 비결을 들어봤다.

한광희 이장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기농을 고집해온 이 마을은, 71농가 100ha 규모를 자랑하는 ‘흙살림 영농조합’ 설립의 주역이자 유기농을 선도하는 마을이다. 무엇보다 신기마을을 괴산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마을로 바꿔준 것은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은 5년 동안 농업환경 개선이 시급한 지역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농업인과 주민들이 환경보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신기마을은 2020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해 △유기농 마을 만들기 △마을 가꾸기 △영농·생활 쓰레기 공동처리 △유기농 마을농장 조성 △마을 모임·행사 활성화 활동을 진행했다.

한 이장은 “마을 밖에 친환경 논이 조성돼 있고, 농사일이 바빠 정작 마을은 지저분하고 방치된채 옆집이 어떻게 사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교류도 없었다”며 “환경보전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을 가꾸니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늘어나며 공동체도 회복되며, 우리를 본 이웃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다양한 사업을 함께 참여하며 유기농을 하겠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주 일요일은 신기마을에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 유기농 마을농장으로 조성한 블루베리와 벼농사를 마을 모두가 함께 가꾸며 대화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날이기 때문이다.

원 총무는 “마을에 40농가가 있는데 그중 20농가가 독거노인분들이라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는 농사를 못 지어 정신적·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어하셨다”며 “어르신들이 유기농 마을농장에서 소일거리와 용돈벌이를 하시면서 이런 문제들이 많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신기마을은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 3년 차로, 앞으로 2년이 남아있다. 한 이장과 마을주민들은 남은 기간 동안 유기농 마을농장을 확대하고 여기서 나오는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며 체험농장을 조성하는 친환경 6차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고자 한다.

감물면 전체에 12 농가를 겨우 모아 흙살림 협동조합을 어렵게 설립해 지금의 규모로 성장시킨 것처럼 신기마을은 이번 사업 확대에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이장은 “올해 괴산 유기농 엑스포 행사로 우리 마을에 지역의 유치원, 어린이집, 맘카페,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와서 고구마·땅콩 캐고, 벼 탈곡하고, 메뚜기 잡고 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이번 엑스포 행사를 통해 마을에 사업 확대의 자신감이 생긴 것을 바탕으로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의 남은 2년 동안 친환경 마을 기업을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 이장과 원 총무는 인터뷰 말미에 한가지 바람을 표했다. 그들은 “농촌에 빈집이 방치된 문제가 심각한데, 농업환경 보전 프로그램에서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없다”며 “이 문제를 마을에서 해결하고 싶어도 예산이 부족하고 집주인 유족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할 수가 없으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석 기자 lee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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