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협회-한돈자조금 ‘우울한 전망’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배합사료 가격 하락 등 반영
㎏당 생산비 ‘5290원’ 관측
평균 가격은 ‘5180원’ 불과할 듯 

내년 도축 수 최대치 감안해도
수입 물량 46만 톤 달할 분석에 
한돈 자급률 최근 5년 최저 예측

가격 하락 단계별 대응 준비

내년도 돼지 가격이 농가 생산비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수입 돼지고기 물량은 역대 최대치에 육박하며 한돈 자급률의 지속적인 하락이 예측돼 한돈 산업에 녹록지 않은 2023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제2축산회관에서 진행된 2022년도 제6차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2023년 돼지 수급 및 가격 안정 매뉴얼’을 발표하며 생산비와 돼지 가격 등 내년도 한돈 산업 전망을 내놨다. 다음 날인 15일에도 한돈협회·한돈자조금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돈팜스 전국 한돈농가 2023년 수급전망’을 발표하며 한돈 자급률이 최근 5년간 가장 낮을 것이라 분석했다.

우선 2023년도 돼지 생산비(한돈농가 중위 40%)는 ㎏당 5290원으로 관측됐다. 2023년도 배합사료 가격이 국제곡물가격, 환율 변화 등을 감안해 2022년 말 수준에서 일정 수준의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 750원(㎏당)을 감안한 생산비 분석이다. 배합사료 가격이 700원일 경우엔 생산비로 5071원, 800원이면 5505원을 보일 것으로 파악됐다.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 17.1두, 사료요구율 3.30, 모돈고정비 270만 원(두 당), 지급률 76%, 출하체중 116kg 등 평균 고정비를 감안한 분석이다.

반면 내년도 돼지 도축 두수는 최소 1825만에서 최대 1845만 마리가 예상되며, 돼지가격은 최소 5000원(㎏ 기준·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최대 5354원(정P&C연구소)으로 전망됐다. 대체로 내년도 소비력을 좋지 않게 본 가운데 이를 좀 더 보수적으로 분석했느냐의 차이로 연구 기관 간 시세 전망이 조금 엇갈렸다. 종합적으로 평균 5180원이 내년도 연중 평균 돼지 가격으로 전망되며, 생산비 5290원을 밑돌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도 수입 돼지고기는 46만 톤가량 들어올 것으로 예측됐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8년 46만 4000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19년 42만 1000톤, 2020년 31만 톤까지 하락하다, 2021년 33만 2000톤으로 반등한 뒤 2022년 43만 톤, 2023년 46만 톤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내년도 돼지 도축 두수 최대치인 1832만 마리를 감안해도 돼지 자급률은 71.3%로 지난해 대비 1.5%p, 최근 5년간 최고치였던 2020년과 비교해선 5.6%p 하락이 전망됐다.

한돈 농가들은 내년도 한돈산업이 어느 해보다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한돈 농가인 왕영일 한돈자조금 관리위원은 “올해엔 예상외로 돼지가격이 선전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밀키트나 간편도시락 등에서 그동안 비선호 부위였던 후지, 등심 등의 수요가 활발한 게 그 원인으로 분석됐다”며 “하지만 이런 경향성이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삼겹살이나 목살 재고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수입 물량도 증가 추세여서 예측 이상으로 돈가가 폭락할 리스크도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돈가가 유지되고 높은 사료비에도 농가가 버텨낼 사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은 내년도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급락 시 단계별 대응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준 가격 대비 가격이 10% 이내 떨어지면 관심 단계, 10~20%면 주의 단계, 20% 초과 하락 시 심각 단계로 나눠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 무엇보다 심각 단계 진입 이전 주의 단계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사전 협의를 통해 ‘돼지고기 소비 활성화 사업’ 등 한돈 수급안정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심각 단계가 발생할 경우 △한돈산업 긴급 정책지원 방안 건의 △돈가 위기 대응 TF팀 운영 △전국 식육판매점 대상 대대적 지원 통한 소비 확대 추진 △구매 비축·수매사업 추진 △대국민 전방위 소비 확대 강화 등을 진행한다.

손세희 한돈협회장 겸 자조금 위원장은 “올해는 최대한 막았지만 내년도엔 (지역화 등으로) 독일산 등 유럽산 돼지고기가 본격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등 어느 해보다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사료가격이 내려갈 요인들이 많은데 이에 맞게 대응해 나가고 돼지 가격도 면밀히 검토, 전망하고 정부와 협의하며 대응 전략을 짜겠다. 내년도 사업을 단단하게 준비하고 전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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