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해당 시도 외 이동 불가
지정도축장 너무 적은 탓
전남지역은 한 곳밖에 없어

닭고기 수급 불안은 물론
AI 방역도 더 취약해져
도축장 추가 구축 등 시급

신속한 출하가 요구되는 육계 농가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대에 묶여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육 농장은 많고 지정 도축장은 1곳밖에 없는 전남에서 특히 육계 출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 육계업계에선 닭고기 수급 불안뿐만 아니라 AI 방역에도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월 17일 첫 발생 이후 이달 13일까지 50여 일간 모두 44건의 고병원성 AI가 가금농장에서 발생했다. 고병원성 AI가 산발적으로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육계의 경우 발생 농가 3km 내 농가는 하나의 방역대에 묶여 해당 시도 안에서 도축해야 한다. 

하지만 광역 지자체 내 사육 규모와 도축장 수가 비례하지 않아 AI 방역대에 묶이면 출하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육계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출하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지역이 전남이다. 통계청 3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전남은 육계 사육 비중이 전국의 16.2%에 달하며 전북(27.8%)에 이어 충남(16.8%)과 함께 대표적인 육계 사육지역이다. 하지만 전남의 지정 도축장은 일일 8만 수 도축에 불과한 1곳뿐이다. 반면 전남은 AI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 이곳 농가들이 수시로 AI 방역대에 묶일 수 있어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지역 육계업계 한 관계자는 “한 달 여 만에 출하해야 하는 육계는 어느 축종보다 출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방역대에 묶여 출하하지 못하면 상품성은 물론 사료비 등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며 “사육기간이 길지 않아 육계는 다른 가금 축종과 달리 AI가 잘 발생하지 않지만, 사육 기간이 늘어나면 AI 발생 우려도 커지게 된다. 또 출하가 지연돼 밀식 사육을 하게 되면 면역력이 약해져 AI 바이러스가 조금만 스쳐 가도 바로 AI에 확진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계약업체 도축장이 아닌 지역 도축장을 가게 되면 적체가 발생하고 추가적인 비용도 들어간다”며 “현재 닭고기 가격도 높기에 원활한 닭고기 수급을 위해서라도 기존 도축장에 출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10km 방역대에서 3km까지 출하 방역대를 조정한 정부에선 3km 방역대까지 타지역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건 고병원성 AI 발생 우려 가능성이 크기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또 매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있기에 계열화업체들이 추가적인 도축장을 지역 내 구축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관계자는 “이미 관내 이외 지역으로 출하할 수 있는 방역대를 10km에서 3km로 하향 조정했다. 3km 방역대까지 출하할 수 있도록 하라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며 “계열화업체들이 도축장 건립에 투자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축장 건립 허가가 잘 나오지 않는 등 계열업체들은 대안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열업체 한 관계자는 “모 계열업체가 전남에 도축장을 지으려고 협약까지 맺었다가 포기했다. 민원이나 오염총량제 등의 각종 규제로 도축장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며 “닭고기 수급 안정을 위해서나, AI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관내 이외 지역으로의 출하를 허용해줘야 한다. 더욱이 전북이 더 가까운 전남 지역도 많다. 거리가 아닌 광역 단위로 방역대를 묶는 것도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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