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어제 처음으로 국회에서 여성어업인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여성어업인을 위한 첫 국회토론회인 만큼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이른 새벽부터 강원, 경남, 전남 등 전국에서 폭설을 뚫고 온 여성어업인은 토론장을 빼곡히 채웠다. 여성어업인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한 가지이다. 여성어업인을 위한 정책이 잘 만들어지길 바라서이다.

그러나 여성어업인 기본계획을 본 순간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올해부터 추진 중인 제5차 여성어업인 육성 기본계획이 마치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복사·붙여넣기 한 듯 지나치게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촌에 거주하는 여성어업인의 특색이 정책에 잘 반영되고 있는 걸까.

물론 직업적 지위나 삶의 질 향상, 작업·복지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요구되는 점은 농촌과 어촌의 여성들이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관련 정책 또한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신규 여성어업인 육성 과제이다. 5차 기본계획 첫 번째 과제가 ‘신규 여성어업인 육성을 통한 어촌지역 소멸위기 극복’이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농업과의 차별성이 보여야 하는데, 기본계획에서조차 여성어업인만의 특색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실제 지난 8월 여성어업인 현장간담회에서 굴 양식업을 하는 40세의 한 여성 어민후계자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어업의 벽은 농업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었다. 그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어촌으로 들어온 사례였는데, 후계어업인으로 등록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어렵게 등록됐어도 복잡한 대출 절차와 양식업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국 신규 여성어업인 육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공한 여성어업인의 사례를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어촌에 정착해 성공한 여성어업인의 디테일한 모습을 통해 어촌에서도 여성이 살만하고, 심지어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농업보다 어업이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 등 어촌의 장점을 알리고 실제 어업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어촌만의 차별화된 정책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선 후계어업인의 사례와 같은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양식업이 아니어도 수산물 가공·유통·판매 등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한 다양한 성공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해서 발전·확산시킬 수 있는 여성어업인 활동가 양성도 필요하다.

여성어업인 정책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여성농업인 정책 수준만큼 지원되지 않는 부분에선 충분한 지원을 요구할 명분이 있고, 여성농업인 정책을 시행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을 개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규 여성어업인 육성을 위해선 농업과 차별화된 전략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현주 전국사회부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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