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한우가격은 생산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1만7000원 전후에서 형성돼 한우농가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가 한우가격 하락의 원인을 농가들의 자발적인 수급 조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13일 문경STX리조트에서 열린 한우산업발전간담회 모습.
한우가격은 생산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1만7000원 전후에서 형성돼 한우농가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가 한우가격 하락의 원인을 농가들의 자발적인 수급 조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13일 문경STX리조트에서 열린 한우산업발전간담회 모습.

한우산업발전간담회 자리서
“농가 사육규모 감축이 중요”
농식품부 사무관 발언 도마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 등
농가 수급조절 요청 외면
한우산업 안정대책도 없이
농가에 책임 떠넘기기 ‘눈살’

한우 도매가격이 ㎏당 1만7005원(12월 17일 기준)에 그치는 등 생산비(2만 원) 이하에서 형성되면서 한우 농가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한우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실행해야 할 정부 관계자가 한우 수급 불안의 책임을 한우 농가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취지로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전국한우협회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함께 ‘대전환의 시대, 한우산업 길을 묻다’를 주제로 13일과 14일 경북 문경의 STX리조트에서 실사한 ‘2022 한우산업발전간담회’에서 김정수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한우 농가들이 사육마릿수 조절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우 수급 안정에 나서야 할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현재 수급 불안 상황을 겪고 있는 한우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김정수 사무관은 “일본은 아무리 가격이 좋아도 사육마릿수를 160만 마리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암소 도축비율은 45% 전후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미경산우를 번식용이 아닌 고기소로 활용해 1세 미만 마릿수도 일정하다”며 일본은 농가 스스로 사육마릿수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한우 가격이 좋았다. 그런데 정액판매량과 1세 미만 마릿수, 암소 마릿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20년과 2021년에 농가들이 조금만 늘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 합의해서 입식을 조금씩만 줄였어도 2019년 가격이 꾸준히 이어졌을 것”이라며 “100마리 이상 사육농가가 사육마릿수 증가를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적극적인 사육규모 감축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사무관의 발언은 한우농가들이 일본처럼 농가 스스로 사육마릿수를 조정하지 않아서 한우가격 폭락 등 수급 불안이 발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 주장을 반박하며 농식품부가 한우산업 기반 안정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한우 가격 하락을 비롯한 수급 불안 원인을 농가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홍길 전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송아지 수급 조절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농가들에게 송아지를 생산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우협회에서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을 하자고 했지만 농식품부가 반대했다. 송아지 수급 조절시기를 놓쳤다. 이 사업을 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홍길 전 회장의 주장처럼 전국한우협회는 2018년부터 한우 수급 조절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한우자조금 예산을 투입해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시행 등 한우 수급 조절사업 시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우자조금 예산과 사업 승인 권한을 가진 농식품부의 반대로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 시행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한우농가들 입장에선 한우 수급 조절에 대한 농가들의 요청을 외면한 농식품부가 한우 가격 하락 책임을 농가들에게 미루고 있는 모양새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근수 전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도 “한우 농가들이 법에 의해 보호받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땜빵식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김정수 사무관의 발표를 들어보면) 농가들 스스로 (한우를) 소진하라는 이야기 같다. 정부 발표 내용은 한우산업을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농가들의 소득 관련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 농민 보호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 그것이 한우산업기본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질타했다.

김정수 사무관의 송아지생산안정제 관련 발언에서도 불만이 표출됐다. 김정수 사무관은 “송아지생산안정제 부작용으로 농가가 자율적으로 사육규모를 조절하는 노력이 저해되는 등 한우수급 안정에 역효과가 발생했고 손실보전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송아지생산안정제 보전금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2010년을 제외하고 지급됐다. 4년 동안 86만 마리에 1655억 원이 지급돼 마리당 최소 13만6000원(2009년)에서 최대 26만5000원(2012년)을 지급했다. 김정수 사무관은 “보전금이 지급돼도 손실보전에 한계가 있어 장기간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 어려움도 지속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후 한 참석자는 “송아지생산안정제 보전금이 폭락한 송아지 가격을 온전히 보전해주진 못해도 농가 입장에선 조금이나마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 농식품부 생각은 다른 듯하다. 그렇다면 손실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도록 지급기준을 상향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정수 사무관은 “법이 없어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축산법과 축산물이력제법 등 기존 법안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별도 법안을 만들 이유가 있을지 합리적으로 의심스럽다. 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필요하면 당연히 입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미경산우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미경산우의 전문 비육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