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원자재 가격 등 올랐지만
7년간 누적 공급가 되레 하락 
업체 대부분 적자…폐업 기로

농협계통구매 비중 80% 육박
제조원가 상승 반영 안돼도
업체 울며 겨자먹기 참여

상토업계가 제품 가격 현실화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상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각종 제조경비는 오르고 있는데, 상토 공급가격은 지난 7년 누계로 보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공급가격으로는 한계 상황에 놓여 있고 이미 많은 업체들이 폐업 등 상토산업 붕괴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상토를 사용한 육묘가 한해 농사의 시작인만큼 상토가 안정적으로 생산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원자재 심각한 가격 흐름

육묘용 상토 생산업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파동과 함께 달러 환율마저 강세를 이어가면서 당장 내년 봄에 공급할 상토 생산에도 차질이 우려될 정도다. 

실제 상토 원자재 수입가격은 2016년 대비 최고 74%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비 2022년(1~9월 평균)의 주요 품목별 수입가격 변화를 보면 코코피트(인도산)가 톤당 평균 246.2달러에서 381.1달러로 54.8%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또한 피트모스(라트비아산)는 같은 기간 194.7달러에서 247.7달러로 27.2%가 인상됐고, 펄라이트(중국산) 역시 118.6달러에서 147.4달러로 24.3% 상승했다.

특히 수도작용 상토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질석(중국산)은 2016년 93.5달러였던 것이 2022년에는 162.8달러로 무려 74.1% 폭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질석의 수급 불안정 원인에 대해 중국 내부의 환경 규제 강화와 베이징올림픽 개최로 인한 대기환경 관리 등으로 생산량 감소를 꼽고 있다.  

이와 관련 상토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원자재난이 불거지면서 상토 제조 원자재 가격 또한 급등했고, 여기에 해상운임과 원-달러 환율 강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상토 제조 원가 부담도 대폭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상토업계는 제조 원료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사상 초유의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고 업계 현황을 전했다. 

특히 “벼 육묘용 상토의 주 재료인 질석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원활하지 못해 최악의 경우 공급 부족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수입을 다변화하기 위해 여러 국가를 검토해 봤지만 가격이 더 높고, 도입 기간도 3~4개월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문제들은 상토 제조원가를 상승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상토 공급가격은 오히려 하락

상토 공급 문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상토 공급 채널 중에서 농협계통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농협계통구매 가격은 반대로 하락했다. 농협계통구매 상토 계약 단가는 2016년에 전년 대비 ­-4% 를 시작으로 2017년 -­10.5%, 2018년 -­6.2%, 2019년 -­0.8% 등 4년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인하된 비율은 -21.2%에 달했다.

2020년부터는 계약 단가에 생산원가가 일부 검토되면서 2020년 0.8%, 2021년 4%, 2022년 5.5%가 인상됐다. 하지만 각종 원자재와 인건비 등 제조경비 상승에 미치지 못해 정상화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상토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부터 4년 연속 21.2% 인하된 이후 계통계약 단가가 서서히 인상됐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가격 인하와 상승률 누계는 마이너스 11.2%로 정상적인 계약가격으로 보긴 어렵다. 제조원가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농업인을 대상으로 상토를 공급지원하고 있지만 기준 단가가 원가 이하로 낮은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자체들이 농협계통구매가격보다 낮은 공급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출혈 계약’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한 관계자는 “농협계통구매 계약가격이 여전히 제조 원가변동 대비 인하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협 계약가격의 85~90% 수준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재고 해소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토를 생산하고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생산·공급 대책은
상토산업 전망 불투명…정부 자금 지원 등 대책 시급

이처럼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토업계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 자체가 위태롭다고 전한다. 최근 10여년 사이 상토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적자로 빠져들고 있어 이미 많은 업체들이 발을 빼거나 폐업했다는 것이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도 대부분 자금경색이 깊어지고 있고, 생산 물량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등 상토산업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상토 업체 한 관계자는 “제조 원가는 올랐지만 판매가격에는 반영되지 못하다보니 더욱 큰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며 “상토산업이 붕괴되고 농가들이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면 결국 농산물 생산에 많은 영향이 미친다. 우리나라 농업에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상토업계는 매년 인상을 거듭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변동을 최종 제품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토업체들이 영세해 원자재 확보를 위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의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정일 한국상토협회 회장은 “육묘용 상토는 3~5월에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전년도부터 원자재 확보에 나서지만 문제는 운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수기가 바로 끝난 6월부터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으며 가격 부담이 줄고 물량도 충분하게 대비할 수 있다. 원자재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운영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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