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해외여행길의 빗장이 완전히 풀린 11월. 예전처럼 여권 하나면 태국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서 2년만에 태국 방콕을 찾았다. 방콕여행 이틀째, 문득 태국에서 파는 한국 과일이 궁금했다. 농식품 수출기사를 쓰면서 떠올렸던 원초적인 질문들, 진짜 수출이 돼서 마트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지, 또 현지인들은 그 과일들을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싶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만 대해왔던 해외시장을 실물로 만나고 싶은 기대였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식료품점인 고메마켓(Gourmet Market)으로 향했다. 룸피니공원 근처의 고메마켓 입구, 우리나라 배가 진열돼 있었다. 배 하나하나 랩으로 싸여 있고, 한국 배 공동브랜드인 K-Pear(케이페어) 로고가 새긴 스티커가 붙어 있다. 방콕에서 나름 규모가 있는 마트에서 한국 과일을 ‘팔고 있다’는 당연한 결과에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이 컸다.

한국산 배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태극기와 함께 한국을 뜻하는 태국어인 까올리란 단어가 쓰인 알림판이 이 배가 한국산임을 알릴 뿐이다. 혹시나 싶어, 과일 진열대 주변에 있던 현지인에게 배를 아는지 물었다.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태국어로 물었을 때 총 6명 중 1명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확히는 ‘들어봤다’는 답이었다. 표본이 작긴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배는 태국인들에게 생소한 과일이란 건 분명한 듯하다. 한국 배를 각인시킬 묘안이 필요한 이유다. K-Pear 스티커와 태극기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아쉬움이 크다. 알면 더 맛있는 우리나라 배, 그렇기에 태국인들이 조금 더 잘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메마켓엔 한국 라면만을 위한 매대가 있었다.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을 비롯해 우리나라 라면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다. 라면에선 확실한 한류의 힘이 느껴졌다. 고메마켓에서 매대를 따로 갖고 있는 품목은 한국 라면이 유일했다. 한국 라면이 태국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고메마켓 내 배 진열대와 라면 매대가 가까이 있었지만, 현지에서 느끼는 배와 라면의 이름값 차이는 아직 컸다. 당연히 태국인들에게 불닭볶음면과 신라면은 한국 제품으로 알고 있다.

올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바이어 수출박람회(BKF)에서 만난 태국 바이어의 말이 떠오른다.

“‘이것은 한국산입니다’라는 걸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브랜딩이 중요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한국 배를 알릴 묘안, ‘브랜딩’일 수 있다. 현지에 맞는 브랜딩을 통해 한국의 농식품을 명확히 알리는 일, 한국 농식품이 세계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지금 신중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조영규 글로벌수출팀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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