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농민가공 활성화 방안’ 국회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지난 6일 개최된 ‘소규모 농민가공 활성화 방안’ 국회토론회에서는 지역 농산물공동가공센터의 식품제조업 등록 추진, 직매장의 판매 규제 완화, ‘농산물직거래법’ 개정과 ‘농가부엌법’ 등 새로운 법률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일 개최된 ‘소규모 농민가공 활성화 방안’ 국회토론회에서는 지역 농산물공동가공센터의 식품제조업 등록 추진, 직매장의 판매 규제 완화, ‘농산물직거래법’ 개정과 ‘농가부엌법’ 등 새로운 법률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 수준 시설기준 등 ‘장벽’
식품가공서 농민 배제 문제

지역 농산물 공동가공센터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 추진
농산물직거래법 개정 모색
로컬푸드 직매장 규제 완화
농가 가공품 진열·판매 허용을

소규모 농가의 농산물 가공 활성화를 위해 지역 농산물공동가공센터의 식품제조업 등록을 추진하고, 직매장의 판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산물직거래법’ 개정과 ‘농가부엌법’ 등 새로운 법률 제정도 요구됐다.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위성곤·이원택·강은미·윤미향 국회의원,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전국먹거리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최하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이 주관한 ‘소규모 농민가공 활성화 방안’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은 농민을 식품 가공에서 배제하는 제도, 행정의 전문성 부족과 책임 회피 등으로 소규모 농가의 농산물 가공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국내 식품위생법은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라 하더라도 식품을 제조·판매하기 위해선 대기업 수준의 시설 기준을 갖춰야 하고, 가루·즙 등 1차 가공식품을 판매할 경우에도 식품위생법상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이 필요해 농가에서 가공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소규모 농가 가공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농산물 공동가공센터를 설립해 가공 활성화를 꾀하고,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특례조항을 마련해 농업인이 운영하는 식품제조·가공업은 지자체장이 시설기준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현장에선 농산물 가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식품제조·가공업에 등록된 공동가공센터는 2020년 기준 23%에 불과하다. 등록 예정인 센터를 포함해도 41.9%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식품제조·가공업으로 등록되지 않으면 사실상 가공센터는 교육·체험만 가능하고, 식품을 생산·판매할 수 없어 실효성이 낮다. 어렵게 식품제조·가공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가공 물량이나 매출액이 작은 소규모 농민일수록 가공센터를 이용하기 어렵고, 농민이 원하는 날짜에 가공하지 못해 가공원물이 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

또한 식품위생법 특례조항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 역시 지자체가 정할 수 있는 위임사항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조례를 제정하기 어렵고, 위생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여부도 모호해 지자체에서 조례 제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소희주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이사장은 “농민들의 단순가공품을 판매하기 위해 ‘진주시 농가 소규모 식품가공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여전히 상위법인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단속과 점검으로 농가 가공품을 진열·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직매장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 허가를 취득해 농민이 매장에서 즉석 가공할 수 있는 주스, 베이커리 등의 가공품만 판매하는 실정이다”며 “해당 조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도 농가 가공품을 진열·판매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공동가공센터 활성화를 위해 식품제조·가공업 영업등록을 추진하고, 마을공동체, 지역 기반 사회적 경제 조직 등 공동가공을 추진할 수 있는 읍·면·마을단위공동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농산물직거래법’ 개정을 통해 즙, 청, 잼, 가루 등 단순가공 식품의 경우 로컬푸드 직매장 등 직거래 사업장에서 진열·판매를 허용하고, 이를 위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즉석판매제조·가공 식품의 판매 방법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추가할 필요성도 요구했다.

이효희 소장은 “현행 식품위생법상 특례규정을 두는 것은 위임사항이 분명하지 않아 한계가 있기에, 이를 지자체로 위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민가공의 범위와 직거래 경로를 통한 판매 방식을 ‘농산물직거래법’에 담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농가부엌법(Cottage Food Law)’와 같이 기업적 가공에 적용하는 기준과 다른 소규모 농민가공에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순이 전여농 정책위원장은 “60세 이상이 대부분인 농촌에선 서류 하나 작성하는 것도 매우 힘들다. 농촌에서 전통적인 먹거리 제조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선 미국의 ‘농가부엌법’처럼 농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만 일정 규모 이하는 본인의 부엌에서 가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회적 유통 또는 비시장적 유통을 통한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로컬푸드 기관 등에서 소비자를 조직하고, 조직화된 소비자가 위탁 가공하는 방식도 추진해볼 만하다”며 “별도의 규제 완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아도 복잡한 식품안전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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